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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선 *
화해


:: Artists ::
신재진  vocal, guitar, hammond organ, draum programing, sampling
유재인  bass, drumg programming   l   송현지  piano, fender rohdes, hammond organ
윤창서  piano   l   최윤혁  shaker   l   해오  drum programming, string arranged
이창혁  hammonica, chorus   l   최철욱(킹스턴 루디스카)  trombone


:: Track List ::
거짓말   ㅣ   butterfly   l   imagine love   l   부탁   ㅣ   내가 바라는 내 모습
far away   l   엄마야 누나야   ㅣ   지어낸 슬픔   ㅣ   작은 전쟁   ㅣ   화해


수정선의 음악은 상당히 서정적이다. 각각의 노래들마다 방식은 다를지라도 음악 전반에 깔려있는 이 서정성은 이 밴드를 대표하는 상징과도 같다. 그리고, 이 서정성에는 동화 같은 마음을 갖고 있는, 누군가 와서 심한 말이라도 퍼부으면 몇 밤 몇 일을 끙끙대며 속으로 삭히는 그런 여린 마음도 엿보인다. 아마도 이런 감성은 수정선이라는 배의 선장인 신재진의 감성과도 일치할 것이다. 수년간의 경험을 수정선의 음악에 녹여낸 그의 감성과 시선은 음악을 듣는 내내 내면에 편안한 안도감을 전달해줬다. 현대인들의 현대적인 감성에 과연 이 음악들이 어필할 수 있을까 라고 속으로 되묻기도 했지만, 어느 시대건 비슷한 공감대를 가진 이들이 있기 마련인 만큼 이 음악에 깊이 공감하고 호응하는 이들이 물론 있을 것이라는데에 결론이 지어졌다.

수정선의 '화해'는 서정적인 선율과 어쿠스틱한 편성과 전개, 그리고 풍부한 감수성이 담긴 가사가 조화를 이룬다. 그 중에서도 어쿠스틱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음악적 흐름에는 실제로는 어쿠스틱에 반하는 악기편성도 보인다. 일단 이 음반의 연주에는 드러머가 없다. 모든 곡에 사용된 드럼 비트는 프로그래밍을 통해 삽입된 형태의 것이고, 이 프로그래밍은 여러 명의 뮤지션들이 분담했다. 모르고 듣는다면 프로그래밍 사운드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럽다. 드럼 뿐만 아니라 곡에 따라서는 스트링이나 다른 형태의 프로그래밍도 삽입되었다. 실제로 기타나, 피아노, 하모니카, 트롬본 등의 어쿠스틱 악기들이 만들어내는 어쿠스틱 사운드도 훌륭하지만, 디지털 사운드가 만들어내는 어쿠스틱 사운드도 음악에 크게 일조하고 있다. 여기에 기타와 작곡, 프로그래밍까지 담당한 보컬 신재진의 여린 목소리도 이런 사운드에 편승한다. 오래된 라디오에서 듣는 듯한 모노틱한 목소리 연출은 음악에 아련함을 더한다. 타고난 보컬리스트는 아닐지라도, 자신이 직접 곡을 쓴 만큼 자신의 목소리와 잘 부합되도록 쓰지 않았을까 싶다. 세련되지 않은 투박함이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이 음반의 타이틀 '화해'는 마지막 트랙의 곡이기도 하면서 전체 음악의 큰 주제의 성격을 갖고 있다. 잔잔한 목소리를 통해 세상을 향해 외치는 목소리에는 '자유', '평화', 그리고 '공존'이 담겨있다. 또한, 많은 노래들에서 등장하는 '너'나 '그대'는 글자 그대로의 대상을 의미하지만은 않는 것 같다. 이성의 존재는 이기적인 또 다른 자아를 대변하기도 하고, 이런 이유 때문에 주인공은 계속적으로 내적인 갈등 속에서 번민하고 괴로워하고, 스스로 다독이면서 위로하기도 한다. 'far away'나 '엄마야 누나야' 등에서는 현실과는 다른 이상향을 동경하면서 세상의 변화를 소망하는 마음을 갈구한다. 결국 주인공이 바라는 것은, 수정선의 신재진이 바라는 것은 욕심없이 함께 행복하게 사는 세상이다. 이것은 이기적인 마음과 자극적인 요소들로 내면이 병들어 있는 현대인들에게 던지는 메세지다. 음악이라는 도구를 통해 전달되는 메세지는 무엇보다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특히, 여기서 사용된 음악적 도구에는 억지스런 과장이 없다. 그래서 더더욱 다행이다. 때묻지 않은 감성과 지극히 자연스런 음악 전개로 신재진은 잔잔함 속에서 설득력 있는 메세지를 전달하는데 성공한 것 같다.  

마지막으로 몇 가지 조연급으로 출연하면서 음악적 재미와 감동을 더해주는 요소들을 언급해본다. '거짓말', 'far away' 등에서는 그 유명한 하몬드 오르간을 사용하면서 클래시컬한 감성을 고조시켰고, 'far away'에는 하모니카를 추가하면서 아련한 향수에 젖게 만들었다. 마지막 곡 '화해' 에서의 트롬본은 중저음의 브라스 음색을 통해 포근함을 강조하면서 화해에 마침표를 찍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그리고, 일부러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클래식 음악에서 악장간 쉼 없이 전개되는 '아타카(attacca)' 처럼 트랙과 트랙사이의 페이드 인과 페이드 아웃 없이 한 곡처럼 이어지는 부분은 연결된 음악들의 연관성을 통해 이야기를 이어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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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LLAS; Sequela
 

* Fellas: 조동호, 이동욱 vocal  이시원 bass  이예찬 drum  김시영 keyboard
* Guest: 박주원, 정수완, 이태욱 guitar



 
     :: Track List

     1. Tell me why    2. Makit Cool    3. Fallin'    4. Sequela (후유증)    5. Don't Go Away (Part 1)

     6. Don't Go Away (Part 2)    7. Lucid Dream    8. 지워져가는 너를    9. 떠난 Love 그리고 지금 



20세기를 지나 21세기에 이르러 음악들은 더욱 다양성을 갖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기본이 되는 굵직한 메인 카테고리는 변함이 없고, 단지 세부 카테고리만 더 추가되는 형태를 보이는게 일반적이다. 펠라스는 이런 기류에 편승한 음악으로 첫 앨범을 내놓았다. 소울(Soul)을 기본으로 하면서 다양성을 꾀한 일명 '네오-소울(Neo-Soul)' 이라는 장르를 활용했다. 네오-소울은 국내에서 그다지 접하기 쉬운 형태의 것은 아니지만, 음악들은 전혀 낯설지가 않다. 왜냐하면 소울 음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소울 음악에 다른 형식들이 가미된 것이기 때문에, R&B나 재즈 등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무척 친근하게 와닿을 것 같다.

펠라스('아주 친한 친구들'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한다.)는 기존에 각자의 분야에서 활동하던 뮤지션들이 모여 만든 5인조 밴드다. 활동한 범위는 다를지라도 공통된 것은 이들이 라이브 음악에서 잔뼈가 굵은 뮤지션들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음악 자체만으로는 어떤 흠을 발견하기 어려울 정도로 깔끔하고 탄탄한 호흡을 과시한다. 이들의 실제 라이브 공연을 경험한다면 분명 더 큰 활력과 짜릿함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감히 확신한다! 한가지 의구심이 드는 것은, 혹시나 악기와 보컬의 녹음이 따로 이루어지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음악을 여러번 들을수록 밴드의 반주가 MR처럼 깔리는 듯한 느낌을 종종 받았다.

펠라스의 음악들은 각각 다른 성격을 갖고있긴 하지만, 공통점은 크게 두 명의 보컬과 코러스, 그리고 밴드의 구성을 바탕으로 음악이 전개된다는 것이다. 고음역의 보컬과 중저음역의 허스키 보이스, 그리고 백그라운드에 병풍처럼 둘러쳐진 코러스가 주를 이루는데, 이 세 그룹이 한데로 모아졌을 때는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발산한다. 초반에는 한 명씩 교대로 부르다가 중반부에서 교대로 주고받고, 이후에 코러스까지 가세하면서 감정이 고조되는 부분들, 예를 들어 <Fallin'> 나 <Sequela>, <지워져가는 너를>, <떠난 Love 그리고 지금> 등의 후반부에서 이런 감정들은 극대화 된다. 여기서 두 명의 보컬은 음악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상반된 음색 덕분에 이 둘은 더 잘 어울리는 조합을 이루지만, 이들의 다소 과장된 듯한 음악적 억양은 몇몇 군데에서 아쉬움을 안겨준다. 아마도 표현력에 더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예상해본다.

펠라스의 악기편성은 드럼과 베이스, 건반이 주를 이루고, 기타의 경우 게스트로 세 명의 뮤지션이 번갈아 합류한다. 가장 기본이 되는 사운드는 밴드 자체에서 해결하고, 즉흥적인 요소를 요하는 기타의 경우에는 다른 뮤지션들을 활용하면서 다채로운 색깔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이들의 안정적인 사운드 덕분에 보컬 그룹이 더 쉽게 소울을 표현할 수 있었다. 특히, 눈여겨 볼 만한 곡은 중반부의 <Don't go away>다. 이 곡은 두 개의 버전으로 수록되어 있는데, part 1에서는 기타와 보컬만이, part 2 에서는 건반을 중심으로 한 올 밴드의 구성을 이룬다. part 1 에서는 기타의 맛깔스런 음색이 일품이다. 그 가운데 펼쳐지는 보컬 사운드(약간의 에코 효과를 주면서 메아리치는 듯한 연출도 가미했다.) 또한 매력적이다. 기타 외에 다른 반주악기가 없음에도 보컬에서 전달되는 소울의 리듬감은 정말 훌륭하다. part 2에서의 건반은 곡 전반에 청량감을 더해주는 역할을 했다. 여기에 베이스와 드럼이 가세하면서 비트감과 구제적인 리듬감을 부여했고, 다른 곡들과 유사한 전개를 만들어냈다.

펠라스의 음악은 국내 음악계에도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를 보여줄 것 같다. 아마도 이 음반 이후에 유사한 형식의 음반들이 줄줄이 출시되지 않을까? 가장 주목되는 점은, 이들의 음악이 과거와 현재의 애호가들을 모두 충족시켜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소울음악 취향의 애호가들은 물론이고, 신세대라 불릴만한 층들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마도 네오-소울이 지향하는 바가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음악 하나로 전통과 진보를 융합하는 힘은 막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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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ssyPP  ;  ALOHA OE

로지피피 (류성희), vocal, all songs written and arranged
노경환, guitar  l  전영호, keyboard & strings  l  곤잘레스, bass  l  최재혁, drums



:: TRACK LIST

01  Hello  /  02  고양이와의 대화  /  03  어른아이  /  04  Falling in love  /  05  튤립
06  별과 당신  /  07  꽃잎  /  08  Love Fixer  /  09  Subiaco  /  10  Goodbye   



음반 자켓 이미지만으로는 로지피피의 음악이 펑키하다는 선입견을 갖게 하기에 충분할 것 같다.  하지만, 그 선입견은 두 번째 트랙에 접어들면서부터 상당부분 깨질 것이다.

싱어 송 라이터인 로지피피(류성희)의 음악은 상당히 다채로운 편이다. 트랙이 하나하나 넘어가면서 드는 생각은 아티스트가 한 장르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오늘날 성행하는 '크로스오버' 라는 장르를 로지피피는 그녀의 음반을 통해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보사노바, 팝, 포크, 록, 일렉트로닉 뮤직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적절하게 혼합한 노래들은 상당히 자연스럽게 그녀의 옷이 되었다. 보통 싱어 송 라이터라고 하면 '포크음악'을 대부분 머릿속에 떠올리지만, 로지피피는 그런 고정관념 또한 깨버렸다. 분명 포크음악의 기운이 전체의 중심을 잡고 있는 것은 맞지만, 그녀가 지향하고 있는 것은 크로스오버에 가깝다.

개인적으로 '크로스오버' 라는 장르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수 많은 뮤지션들이 이 '장르 아닌 장르(특정 장르로 분류하기 애매하면 최종적으로 분류해버리는...)' 의 음악들을 선보이곤 했지만, 그간 만나왔던 음악들에서 음악적 정체성을 만나기란 무척 어려웠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그냥 허공을 맴돌다가 바람처럼 사라지는 음악들... 그런 음악들이 내겐 크로스오버였다. 사실 이 믹싱된 음악들의 탓은 아니다. 그 음악을 어설프게 엮어나간 뮤지션들의 탓이라고 보는게 맞을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쉬운 음악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이 크로스오버를 제대로 연출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자신이 적용한 음악들, 그 음악들의 장르에 관해서 정통해야 제대로 된 음악이 나오지 않겠나! 대충 누구나 하는 음악처럼 여겨지는 바람에 이 음악의 가치가 많이 하락한 것 같다. 물론, 뛰어난 아티스트들도 많다. 순간 떠오르는 이름은 바비 맥퍼린... 그는 정말 천재다!

크로스오버 음악을 하는 뮤지션들이 놓치기 쉬운 부분이 바로 '본질'이 아닐까 싶다. 가장 중요한 핵심을 이루고 있는 본질을 망각한 채 포장에만 급급하다보니 음악적 가치는 휴지조각처럼 폐기되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로지피피의 음악은 상당히 반갑다. 앞서 언급한 각 장르들을 적절하게 사용하면서도 '로지피피' 라는 아티스트의 개성은 전면에 내세웠다. 장르는 다를지언정 어떤 곡에서도 이 아티스트의 음악적 향기가 물씬 풍긴다. 시종일관 음악을 들으면서 이 곡은 저 곡의 스타일로 편곡해도 괜찮겠고, 저건 요렇게 해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아마도 이것은 음악의 틀을 먼저 잡아 놓은 상태에서 다른 옷을 입혔기 때문에 이런 예상도 가능한게 아닐까 싶다. 다시 말해서 로지피피의 음악은 끼워맞추기식의 음악이 아닌 기본적인 맥락을 먼저 잡고 출발한 음악들이다. 싱어 송 라이터라면 당연한거 아니냐고 하면 할 말 없겠지만, 요즘 얼마나 개념없는 무개념의 음악들이 판치고 있나 생각해보자.

로지피피의 보컬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메조 음색에 가까운 중저음이 이 가수를 대표하는 컬러일 것 같다. 그리고, 이 가수의 리듬감은 타고난 것인지, 훈련에 의한 것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뛰어나다. 밴드가 음악을 리드한다기 보다는 보컬이 음악을 끌고 간다는 확신이 들 만큼 능수능란하게 리듬감을 과시하며 각 장르를 넘나들고 있다. 거기에 과장되지 않은 목소리는 음악에 불필요한 거품을 빼버렸다. 듣기 어려울 정도의 과장을 섞었다면 음악적 감동은 반감되었을 것이다. 

첫 곡 'Hello' 는 이 앨범에서 과격한 편에 속하고, 이후 등장하는 곡들 부터는 점차적으로 어쿠스틱한 구성으로 바뀌어간다. 대체적으로 수록된 노래들은 젊은 날의, 20대에 막 접어든 소녀의 풋풋한 사랑이야기다. 가사는 하나같이 젊다못해 어린 감성이 짙게 배어있다. 하지만, 이 가사들에게 입혀진 옷과 가수의 독특한 보이스가 얹어지면서 음악은 성숙한 모습으로 드러난다. 그래서인지 젊은 날의 감성이 가벼워보이지 않고, 진지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이런 감성과 더불어 세세하게 적용된 아티스트의 유머감각도 음악을 여유롭고, 지루하지 않게 하는 요소같다. '고양이와의 대화' 는 가상의 대상과의 대화를 통해 인생, 사랑이야기를 들려주는 노래다. 전주에 등장하는 고양이 소리는 애교스럽다. 짧은(53초) 9번 트랙의 'Subiaco'는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는 효과음으로 시작해서 점차 할렘가의 음악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다가 어느새 캐롤 '울면 안돼' 로 돌변하는데, 앞 부분의 노래들을 "Finished!" 라는 한마디로 정리해주고, 'Goodbye' 라는 엔딩 크래딧을 올려주는 역할을 한다. 그 즈음에서 얼굴에는 가벼운 미소가 지어진다. '튤립' 에서는 가사의 운율적인 감각이 돋보인다. 특히, 각 단락의 끝에 등장하는 '튤립 한 아름~' 이라는 대목에서는 외래어와 한글의 적절한 조합으로 싱그러운 감성을 연출하는데 성공했다.

개인적으로 어쿠스틱한 컨추리 스타일을 선호해서인지 마지막 'Goodbye' 가 가장 마음에 들고, 간직하고 싶은 트랙이다. 음악을 들으면서 내내 어디서 들어봤지?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무엇보다 포크기타의 간결함과 중저음의 보컬이 빛나는 곡이다. 곡의 흐름 안에서도 중반무렵 고조되는 부분에서는 전자악기들이 추가되지만, 그 과정은 무척 자연스럽고 이후 기타와 목소리만으로 정리되는 후반부의 과정도 매끄럽다. 마지막을 정리하기에는 제격인 곡이다. 과연 로지피피와 이 음반에 참가한 세션들과의 연습과정은 어땠을까? 다른 연주들에 비해 세션들이 다소 '죽는' 역할이지만, 그들의 연주도 꽤나 괜찮았다. 음악을 리드하는 보컬이 워낙 주도적이었기에 그렇게 되었을 뿐... 마지막으로 본인의 곡을 맛나게 편곡한 로지피피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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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STLIFE... GREATEST HITS

   
:: Track List ::


    01. Sweet it Again / 02. If I Let You Go / 03. Flying Without Wings / 04. I Have A Dream
0
5. Against All Odds / 06. My Love / 07. Uptown Girl / 08. Queen Of My Heart / 09. World Of Our Own
10. Mandy / 11. You Raise Me Up / 12. Home / 13. What About Now / 14. Safe / 15. Lighthouse
16.  Beautiful World / 17.  Wide Open / 
18.  Last Mile Of The Way


만약 이 앨범이 웨스트라이프의 '진정한' 마지막 앨범이라면, 개인적으론 엄청난 실망감을 느꼈을 것이다. 이 정도의 앨범으로 14년을 이어온 명성을 일단락 지을 순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신곡 4곡이 포함되어 있다 하더라도 이건 단순한 컴필레이션 앨범에 보너스 트랙을 몇 곡 추가한 정도라고 밖에는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웨스트라이프의 팬들이 들고 일어설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 정도에 만족할 수 없다고...!!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웨스트라이프의 마지막 앨범은 두 가지 버전으로 출시됐다. 이번 리뷰를 쓰는 총 18개의 트랙을 갖춘 앨범(스탠다드 에디션)과 이 앨범을 포함해서 1장의 CD와 1장의 라이브 공연 DVD 가 추가된 버전(2CD+1DVD, 디럭스 에디션)으로 발매됐다. 아마도 진정한 이들의 팬이라면 후자를 택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적어도 마지막을 기념하는 앨범이라면 베스트앨범이라 하더라도 새로 녹음한 음원을 실거나, 생생한 라이브공연 음원을 담아야 한다고 본다. 피아니스트 알프레드 브렌델의 음반(Decca)처럼...

이번 Greatist Hits 앨범을 놓고서 이렇다 저렇다 왈가왈부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80% 에 가까운 트랙이 기존에 발매되었던 음반들에서 차용한 음원들이기에 이 음악들에 관해 말을 섞는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지 않을까. 그저 이들의 지난 흔적들을 영화 '시네마천국' 의 엔딩처럼 좋은 추억으로 곱씹으면 그만일 것이다. 1~14번까지의 트랙은 그야말로 웨스트라이프의 히트곡 퍼레이드라고 보여질 정도로 이미 모두의 귀에 익숙해진 곡들로 잘 짜여져 있다. 'I Have a Dream', 'My Love', You Raise Me Up' 등등은 이들의 팬이 아니더라도 익숙하게 들어온 곡들일 것 같다. 그만큼 이 영국의 네 청년들은 어느새 우리 일상에 깊숙히 자리잡고 있었다.

무엇보다 이들이 우리의 감성을 숱하게 자극했던 것은 비트 중심의 리드미컬한 곡들 보다는 네 명의 목소리가 조화를 이루는 하모니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일 것이다. 부분적으로 각 개인이 솔로로 등장하고, 각 패시지들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전체가 하나로 모아지는 코러스의 등장에서 그들의 음악은 파워풀한 감성을 극대화시킨다. 이들 넷은 정말이지 하나로 모였을 때 큰 빛을 내뿜는 것 같다. 'All for One' 이라는 말이야말로 이들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표현일 것 같다. 사실 2012년 투어을 끝으로 해체한 뒤에 각자의 길을 갈 멤버들이 심히 염려된다. 그들이 하나였을 때만큼 성과를 맛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이들의 하모니는 정말 탄탄한 완성도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히트곡 열 네곡과 더불어 추가된 곡 수는 적긴 하지만 여태까지의 모습과는 다른 조금 진보된 모습을 보여주면서 팬들의 아쉬움을 조금은 달래줄 수 있을 것 같다. 'Light House' 는 웨스트라이프의 지금까지 행보의 연장선상에 닿아있는 느낌을 준다. 기본적으로 번갈아가며 솔로를 맡고, 가세하는 코러스의 하모니는 웨스트라이프의 기본적인 틀 안에 있지만, 기존보다 개인적인 기량을 더 깊게 맛볼 수 있는 대목이 종종 등장한다. 거기에 짙은 향수에 젖은 감성은 여전히 그들이 건재함을 증명하는 것 같다. 'Beautiful World' 와 'Wide Open' 은 록 사운드가 주를 이루면서 기존과는 다른 그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악기적인 사운드 뿐만 아니라 각 멤버들의 가창도 외치는(Shout!) 창법을 구사하면서 음악에 강렬함을 더했다. 역시 마지막은 차분해야만 하는가... 'Last Mile Of The Way'에서는 모든 여행을 접고 집으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을 발라드와 블루스로 절묘하게 표현했다. 서부음악에 등장하곤 했던 컨추리 음악을 듣는 느낌도 주는 엔딩곡...

이 모든 걸 제쳐두고라도 뭐랄까... 왠지 배웅이라도 나가야 될 것만 같은 느낌이 자꾸만 든다. 아마도 그들의 지난 앨범들과 더불어 이 앨범도 그들을 추억하는데 도구로 활용될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웨스트라이프의 팬이라면 디럭스 버전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겠지만, 이들의 음악을 처음 듣거나 히트곡들만을 모은 음반 하나를 소장하고 싶다면, 이 스탠다드 에디션도 괜찮은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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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네담벼락
한 개의 달 한 개의 마음

백수훈  vocal & a.guitar
성종훈  piano & keyboard instruments
천승윤  drum & percussion 
김석영  e.guitar
최동일  bass
윤사과  guest vocal

 
     :: Track List
     01  한개의 달 한개의 마음
     02  낮잠
     03  어떤 날
     04  고래의 습격
     05  present
     06  고백
     07  첫키스
     08  퇴근여행 5분전
     09  엄마
     10  서울의 밤
     11  별리
     12  열두시에 사랑을 외치다
     13  그해여름날
     14  서른에게 보내는 편지 


가끔 어떤 음악들은 과거의 어느 시점을 회상하게 하는 힘이 있다. 그 순간이 좋은 추억이었건, 잊어버리고 싶던 기억이었건 간에 말이다. 순이네 담벼락의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는 그저 독특한 개성을 가진 음악 정도라고만 여겼었는데, 두 번, 세 번 곱씹으며 들으면서부터는 이 음악들이 어느 순간 내 새파랗던 10대 말 방황의 시간들을 떠올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끝이 없는 터널 속을 막막하게 헤매던 그 시절... 돌파구를 찾지 못해 새벽녘을 혼자 헤매며 괴성을 질러대던 그 시간.... 무작정 회수권 한 장만 들고서 버스 종점까지 갔다가 6시간 넘게 걸어 돌아오던 그 시간들... 이들의 음악은 이런 방황하는 젊은이들의 감성, 시각과 마주하는 것만 같아서 낯설지 않았다. 열 네 개의 트랙은 저마다 다른 분위기를 갖고 있지만, 아무리 밝은 음악들이라 하더라도 그 내면에는 방황의 흔적이 무척이나 짙게 드리워져 있다.

순이네담벼락의 두 번째 음반 '한개의 달 한개의 마음' 은 록음악, 그 중에서도 모던록에 기반을 두었다. 팀 이름 자체가 뭔가 서민적인 친근감을 불러 일으켜서인지 록 음악 중에서도 다소 완화된 성향은 아닐까 하는 선입견을 갖고 접근했는데, 어느 정도는 맞는 것 같다. 분명 격렬하다 싶은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의 음악은 상당히 감성적인 록사운드를 표출해낸다. 그 원인은 아마도 두 가지 정도로 압축할 수 있지 않을까. 첫 째로는 강렬하지 않은 보컬 사운드를 꼽을 수 있겠다. 음악의 후반으로 갈수록 다른 목소리들도 등장하지만, 전체적으로 음악을 리드하는 백수훈의 보컬은 음색 자체가 강하지도 않고, 뻗어나가는 힘도 약한 편이다. 보통 록밴드에서 경험했던 허스키 보이스나, 고음역대로 거침없이 치닫고 올라가는 성향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고 목소리 자체에 어떤 개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을 법한 음색의 목소리다. 그렇다보니 전반적인 음악의 성격은 이들의 팀 이름처럼 친근하게 거부감 없이 다가오는 것 같다. 덕분에 종종 등장하는 일렉기타의 강렬한 피킹에도 음악은 마일드한 성향이 강하다.

여기에 음악을 지나치게 격하지 않게 만드는 또 다른 요인은 바로 가사의 내용이다. 음악을 귀로만 듣다보니 모호해지는 곡 내용 때문에 내지를 펼치고 눈과 귀가 함께 따라갔는데, 가사와 멜로디가 결합되었을 때의 시너지 효과는 음악에 집중할수록 놀랍게 드러났다. 의외로 각 곡마다 가사들은 하나같이 어떤 특정 줄거리를 갖고 있지 않고, 추상적이면서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는, 우회하는 화법을 유지한다. 앞에서도 언급했다시피 그 감성적인 부분은 '젊은 날의 방황' 을 밑바닥에 깔고 있는데,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록음악들과는 달리 이들의 목소리에는 세상을 향한 원망이나 반항기 짙은 모양새는 없다. 세상살이가 힘들어서 지치고 쓰러져도 속으로만 삭힐 뿐, 바깥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의도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노래하는 주인공이 더 안타까울 정도다. 사실 이런 성격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다소 위험하다. 내면적인 괴로움을 표출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피해가 될까 싶어 속으로만 싸매고 있는 사람들은 결국 마음의 병으로까지 이르지 않던가.

이런 부분은 몇몇 곡들에서 드러난다. '고래의 습격'에서 주인공은 세상의 시련과도 같은 고래의 등장에 맞서 대항한다기 보다는 그저 참고 견디는 방법을 택한다. 모든게 상하고 망가져도 다른 방도를 찾지 못하고, 그냥 버틸 수 밖에 없는 모습... '어떤 날' 에서도 이런 소극적인 모습('일상을 견뎌볼 뿐 가난해서 떠날수도 없다.')이 등장한다. '낮잠' 에서는 현실도피적인 일탈을 꿈꾸는 모습도 보인다. 특히 'present' 에서는 개인적으로 멈칫 하는 순간도 나타났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판단이겠고, 착각이었으면 하는 마음도 간절하지만 음악적 흐름과 가사 속에서 연인과 함께 동반자살을 모색하는 느낌도 받았다. '너와 함께 저 곳 어딘가, 우리를 반겨 주는 곳.' 이라는 가사에서 손을 내밀어 주인공을 붙잡고 싶다는 심정마저 들었다. 이미 세상을 떠난 '엄마'를 그리는 부분에선 가슴이 먹먹해짐도 느꼈다. 참 힘들고 지친 삶의 연속이구나.... 그렇다고 마냥 우울모드인 것만은 아니다. '퇴근여행 5분전' 은 현대인의 각박한 삶의 일면을 유머러스하게 묘사했고, '그해 여름날' 같은 경우 윤사과의 보컬과 어쿠스틱한 기타 사운드로 여행을 떠나는 듯한 분위기도 연출했다. 

후반부로 가면서는 대부분의 곡을 쓴 건반의 성종훈을 비롯해서 일렉기타를 맡은 김석영의 목소리도 들어 볼 수 있다. 메인보컬과 크게 차이나는 음색은 아니지만, 조금 다른 음색의 등장은 음악을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요소기도 하다. 특히, 김석영이 노래하는 '서울의 밤'에서 백수훈과는 다른 짙은 호소력을 맛볼 수도 있다. 그리고 유일하게 홍일점으로 등장한 윤사과의 중저음의 보컬도 음악에 생기를 불어넣어 준다. 전체적으로 록밴드의 성향은 유지하면서도, 순이네담벼락은 어쿠스틱한 사운드도 상당부분 수용한다. 강렬한 비트를 배제하고, 어쿠스틱 기타만으로 리듬을 유지하면서 이런 사운드를 만들기도 하지만, 전체 밴드가 풀가동하면서도 어쿠스틱한 맛을 잘 살려낸다. 그만큼 이들의 팀웍은 탄탄하고 안정적이다. 거기에 음악을 마주할 때의 유연한 자세는 플러스 알파와도 같은 요소로 작용하는 것 같다. 특히 개인적으론 베이시스트에게 큰 점수를 주고싶다. 귀에 두드러지게 등장하는 부분은 많지 않지만, 밴드의 균형을 잡는 기본은 물론이고, 음악에 생동감과 활력을 불어넣는 기타리스트의 능수능란함이 돋보였다. 

나의 10대 말과 20대 초반의 음악들은 대부분 마이너 곡들이었다. 당시 난 '밝음'을 거부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모차르트 보다는 차이코프스키나 라흐마니노프를 즐겨듣곤 했다. 물론, 세월이 지나가면서, 나이를 먹어가면서 듣는 기호는 바뀌었지만 당시의 음악들은 여전히 내 인생기록의 흔적과도 같다. 순이네담벼락은 지금의 내 모습과는 다르지만, 20여년전 당시를 떠올르게 하는 매개체 역할을 충실하게 해주었다. 만약 이 글에 대한 내용들을 밴드 멤버들이 본다면 말도 안된다고 거부할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런 상황 또한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모든 음악들은 저마다 특정 의도를 갖고 쓰여졌더라도 감상을 통해 얻어지는 '느낌'은 듣는 이들의 몫일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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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e Kyung Na - HEENA


HeeKyung Na  vocal
Misael da Hora  piano
Marcelo Nami  guitar
Adriano Giffoni  bass
Cesar Machado  drum & percussion



    :: TRACK LIST

    01. How Insensitive <Antonio Carlos Jobim/Norman Gimbel>
    02. Desafinado <Antonio Carlos Jobim/Newton Mendonca>
    03. Corcovado <Antonio Carlos Jobim>
    04. Samba em Preludio <Baden Powell/Vincius de Moraes>
    05. Chega de Saudade <Antonio Carlos Jobim/Vinicius de Moraes>
    06. Girl from Ipanema <Antonio Carlos Jobim/Norman Gimbel>
    07. Manha de Carnaval <Luiz Bonfa/Anotonio Maria>
    08. Wave <Antonio Carlos Jobim>
    09. Dindi <Antonio Carlos Jobim/Ray Gilbert>
    10. A Felicidade <Antonio Carlos Jobim/Vincius de Moraes>
    11. Aqua de Beber <Antonio Carlos Jobim/Vincius de Moraes>
    12. Samba do aviao <Antonio Carlos Jobim>
    13. Wave (Korean version)
    14. 프렐류드의 삼바 (featuring 이상순)
    15. bonus track. Um Amor (with Roberto Menescal)



사물이건, 사람이건 처음 만났을 때의 느낌이라는게 있다. 동물들의 경우, 갓 태어난 새끼가 처음 본 대상을 자신의 어미로 인식한다는 말도 있는 것처럼 첫 만남이라는 것은 나름대로 누군가에 대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요인이 아닐까. 안타깝게도 나희경의 HEENA 음반의 첫 인상은 음반 내지를 통한 실망감이었다. 개인적으로 음반 내지에 대해서는 사실 별로 신경쓰지 않는 성격인데, 쥬얼 케이스를 열어봤을 때의 내부의 조잡함이란... 총 세 그룹(?)으로 구성된 내지를 보면, 케이스 전면에는 낱장으로 된 종이 하나 뿐이다. (차라리 여기에 아무 내용없이 트랙 리스트만 인쇄되어 있는게 나았겠다..) 그리고 그 보다 작은 미니 사이즈의, 병풍처럼 접고 접은 내지에는 나머지 1~12번 트랙의 내용이 들어있다. 그리고 수록된 곡들의 출판과 관련된 내용은 또 다른 종이에... 케이스를 열면서 또로록 떨어지는 내지들을 바라보며, 떠오른 단어는 단 하나... 조잡함이었다. '설마 이런 식으로 음반을 발매하진 않겠지... 아마도 리뷰어들에게 제공되는 CD라 그럴거야..' 라는 생각을 갖고는 있지만, 혹시라도 이렇게 출시된다면 정말 큰일일 것 같다. 게다가 내지에 수록된 사진들을 보면서 한번 더 실망... 숲 속을 배경으로 한, 마치 화보집 처럼 촬영한 각 사진들에는 가수의 노출사진이라고 여겨질 정도의 장면들이 '다양한 컷'으로 수록되어 있다. 내지가 음반을 돋보이게 하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깎아먹고 있는 모양새였다. 과연 이 음반이 이런 좋지 않은 첫 인상에도 불구하고 음악적 역량으로 모든 단점들을 커버할 수 있을까?

다행스럽게도 음악이 너무 좋다!! 완벽에 가까운 세션들과 그 위에 사뿐이 얹어진 나희경의 보컬은 억지스럽지 않고 정말 자연스럽다. 마치 브라질 현지인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그녀의 발음은 훌륭하고, 세션들과의 조화도 상당히 매끄럽다. 보사노바라는 장르가 재즈와 분리시킬 수 없을 만큼 연관성이 깊은 장르여서인지, 이미 우리에게 친숙한 음악이 보사노바다. 굳이 이 장르의 음악을 찾아듣지 않더라도 이미 수록된 트랙 리스트들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이름들은 재즈에서도 종종 보곤 하던 이름들이다.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이 대표적인 인물, 이 음반에는 거의 그의 음악들로 도배가 되어 있다. 물론, 오리지널 작품을 편곡한 연주이지만, 원작의 느낌은 유지하고 있기에 음악 자체는 낯설지 않고 친숙하다. 크게 1번에서 9번, 10번에서 12번의 음악들은 다른 성격을 담고 있다. 전자는 오리지널 곡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편곡, 후자는 전자악기들을 좀더 본격적으로 부각시키면서 비트감이 전면에 드러나도록 한, 약간 모던한 편곡이다. 이 두 가지 스타일에서 나희경은 적절하게 대응한다. 무엇보다 그녀의 목소리 톤과 발음은 보사노바라는 음악에 너무 잘 어울린다. 불어의 발음처럼 동글동글 하면서도 된소리로 공중에 가볍게 내뱉는 단어들, 그리고 상냥하면서도 우수에 젖은 듯한 음색의 목소리는 너무도 매력적이다. 이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은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보사노바라는 장르의 음악을 잘 알고,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 나라의 민족 고유의 감수성이 담긴 음악을 그들의 언어로 제대로 표현하기란 쉽지 않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창을 외국사람들이 마치 자기네들의 노래인양 부르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단순히 그 나라의 언어를 잘 구사하고, 노래를 잘 한다는 것만으로는 충족될 수 없다. 무엇보다도 그네들의 문화적 감수성을 알고 받아 들여야 가능하다. 그렇기에 나희경의 보사노바는 더 감탄스러울 수 밖에 없다. 브라질에서 살던 사람도 아니고, 그곳에 유학가서 공부한 사람도 아닌 토종 한국인이 그들에게서 인정받았다는 것은 그녀가 얼마나 이 음악에 심취해 있고, 미쳐있었던 가를 증명하는 대목이나 다름없다. 한 가지 더 놀라운 것은 13,14번 트랙에 한국어 버전으로 부른 '프렐류드의 삼바' 와 'Wave'에 관한 것이다. 'Lyriced by 나희경, 박창학' 이라고 되어 있는 것을 봐서 단순히 번역만 한 것이 아니라 개사를 한 것 같은데, 그 가사 하나 하나의 발음과 운율이 원어로 된 것들과 느낌상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팝송만 하더라도 번역한 가사로 부른 노래들을 들어보면 일차적으로 팝송 원래의 느낌은 많이 감소되는 경향들이 있다. 원곡의 발음에 따른 리듬감이 달라지면서, 팝송이 한국적인 가요에 가깝게 바뀌는 것이다. 그런데, 이 두 곡의 가사들을 보면 가사의 내용 보다는 발음들에 더 주안점을 두면서 음악적 색채감을 원곡과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한국어로 부르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은 원곡의 감성을 유지한 보사노바가 연출될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 Um Amor 는 숨어있는 보너스 트랙.. 적절하게, 보사노바의 뉘앙스들을 정리하는 듯한 노래를 끝으로 음악은 끝난다. 완성도 높은 음악을 들었을 때의 감동은 한 동안 지속된다. 당분간 몇 번이고 이 음악들을 듣게 될 것 같다. 이 쯤에서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처음에 언급한 어설픈 내지가 조잡함을 안겨주더라도 이 음반은 충분히 들을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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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lman: Mainly Mute

Arne-Johan Rauan vocals, acoustinc guitar, glockenspiel, chimes
Pal-Andre Rauan piano, organ, mellotron, backing vocals
Erik Vigeland bass  l  Bjorn Rummelhoff Hansen electric guitar
Lasse Baklien drums  l  Karolin Broosch violin  l  Elisa Herbig cello
Solvor Vermmer  backing vocals  l  Martin Rosenhoff  cello  l  Johanne Rosenvinge  violin


 
     TRACK LIST

     01  This is life
     02  Spaceship, Move slow!
     03  Lost my way
     04  Swimsuit in way
     05  Sculpt me a dream
     06  Celestine
     07  Sleep forever
     08  All that is beautiful
     09  Requiem
     10  Andrew


 
아르너 요한 라우언의 음악은 록음악에 기반을 두면서도, 그 위에 층층히 다른 재질의 겹을 쌓아 올리면서 다채로운 색감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는 이 다양함 속에서도 동일한 공감대의 음악적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벨맨이라는 이름하에 녹음한 첫 번째 음반 'Mainly Mute'에 수록된 음악들은 하나같이 동일인에 의한 결과물이라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다양한 옷을 입고 있을지언정 그 옷을 입고 있는 주체가 분명하기에 듣는 이들은 일종의 안도감을 갖고 감상에 몰입할 수 있는 것 같다. 가끔씩 '주객전도' 양상을 보이는 (사람이 옷을 입은 건지, 옷이 사람을 입은 건지 모를... ) 뮤지션들이 우리의 귀를 혼란스럽게 하는 반면, 라우언이라는 걸출한 인물은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휘황찬란하게 덕지덕지 꾸미지 않았다. 한결같은, 그래서 때에 따라서는 지루할 수도 있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타협하지 않는 굳건함도 보이는 이가 바로 벨맨의 아르너 요한 라우언이다.

총 10개의 트랙은 마치 하나의 모음곡 속의 소주제 같다는 인상을 준다. 각각의 트랙은 그 다음 트랙으로 넘어갈 때 상당히 유연하고 자연스럽게 넘어가서 곡이 바뀌었다기 보다는 하나의 노래 속에서 다른 패시지로 넘어간 것 같은 느낌을 안겨준다. 이런 이유로 이 앨범은 뭔가 특정 스토리를 기반으로 쓰여진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상당히 잘 정돈되어 있고, 치밀하다는 인상을 심어준다. 특히 첫 번째 'This is Life'  다음 'Spaceship, Move slow' 로 넘어가는 과정은 정말 자연스럽다. 하나의 곡 안에서도 발생하는 순간적인 급브레이크와 이조, 예상치 못한 변화들은 음악가의 상상력에 경의를 표하고 싶을 정도로 놀랍다. 과연 벨맨은 이 음반을 통해 무엇을 들려주고 싶었던 걸까?

고집스럽게도 그는 거의 대부분의 작품들을 기본적인 8비트 리듬을 유지하면서 진행하고 있다. 그런 골격 위에 악기들을 마치 그림 그리듯이 덧칠하기도 한다. 하나씩 하강하는 화성의 변화들은 고전적인 방식을 따르고 있지만, 전혀 고루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격렬하게 달리다가 마치 벼랑으로 떨어질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 눈 앞에는 잔잔한 호수가 드러난다. 그러한 과정들은 전혀 억지스럽지 않고, 대단히 자연스럽다. 게다가 각각의 장르의 특성을 골고루 적절하게 조합해서 각 장르가 갖고 있는 음악적 매력에 플러스 알파 효과를 가미했다. 악기의 배합은 또 어떤가? 아우런은 이 음반에서 전자악기와 어쿠스틱 악기를 거의 대등하게 사용했다. 무엇보다 격렬한 비트감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일렉 기타의 효과가 크지만, 그런 과정을 때로는 오르간이, 때로는 바이올린이 돕는다. 어쿠스틱이 강조되는 곳에서는 여지없이 피아노나 차임, 현악기들이 등장하지만, 어느 순간 전자악기들이 자연스럽게 합류한다. 벨맨의 음악에는 전자악기와 어쿠스틱 악기가 친밀한 감정으로 공존한다. 그 가운데 아우런은 자신의 독특한 보컬 사운드를 얹으면서 환상적인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아우런의 보컬은 상당히 독특하다. 내지르는 스타일의 강렬함도 아니고, 그렇다고 말랑말랑하지만도 않다. 그는 각 음절들을 긴 호흡으로 지속시키지 않는다. 마치 말하듯이 가볍게 내뱉는 음들은 공기중에 표출되는 순간 소멸되어 버린다. 노래한다기 보다는 말한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 악기들이 미세하게 슬라이딩 되면서 음정의 변화를 줄 때 던져지는 그의 목소리에는 몽환적인 감성이 가득하다. 악기들의 진행이나 그의 목소리는 한결같이 예상치 못한 수순을 밟는다. 음악이 고조되면서 뭔가 터질듯한 분위기에서 오히려 반대로 찬 물을 끼얹듯이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음정의 변화 또한 예상했던 방향이 아니라 반대의 진행을 보여주면서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의아한 반응을 자아낸다. 아마도 기존의 음악들에 익숙한 이들이 기존의 틀을 깬 음악을 경험했을 때의 반응이 이렇지 않을까.

음악을 들으면서 받는 느낌은 아우런과 벨맨 멤버들의 음악은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무중력 상태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우주인들처럼, 그들은 지상에 내려올 생각도 없이 자신들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 처럼 이런 음악의 기본은 우리가 익숙한 고전적인 성향의 것들이다. 그런 소재들을 바탕으로 이런 음악들을 만들어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닐까. 그리고 하나 덧붙인다면 각각의 음악에는 상당히 많은 반복이 보인다. 그 반복은 하나의 악기로부터 시작해서 점차 다른 악기들이 추가되면서 변화된 듯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 사이에는 이미 엄청난 회수의 반복이 등장한다. 듣는 이들이 의식하지 못할 정도의 이런 현상들은 반복에 따른 표현을 필연적으로 만들어버리고, 동시에 상당한 설득력으로 공략하는 결과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다른 악기들이 변주의 형태를 보이더라도 꿋꿋하게 같은 음정의 반복을 시종일관 유지하는 악기들은 몽환적인 감성을 만들어내는데 일조한다.

이렇게 변화무쌍하게 진행되어 온 음악은 마지막 트랙인 'Andrew'에 이르러서야 지상에 내려온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기타, 목소리, 바이올린, 첼로만으로 구성된 이 곡은 유일하게 어쿠스틱 악기만을 사용한 곡이다. 스틸현의 기타의 음색은 아우런의 목소리와 상당히 좋은 조화를 들려준다. 전자악기들에 둘러쌓인 아우런의 목소리보다 빈 여백의 공간속에 울리는 아우런의 목소리는 오히려 더 진한 호소력을 전달해준다. 중반무렵 등장하는 바이올린과 첼로의 긴 호흡의 보잉은 아련함을 자아낸다. 결국 그는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단면들을 여러 형태의 음악들을 통해 나열한 것 같다. 만약 후속작이 나온다면 어떤 모습의 음악일까? 진정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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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LE SWEET
: a delight travel


Vocal 퍼플 스위트 (박혜수)

Drum 정동진 / Bass 유정균 / Guitar 정수완
Acoustic piano & keyboard 최주영

Percussion Programming 김민 / Chorus 유효림
Djembe 장동진 / keyboard
정연
 
:: Track List
01  A delight travel (inst. )
02  마법처럼 ~Like a magical moment~
03 오랜만이야
04  구해줘 (Tr2 solitude minor Ver. )
05  어느 날
06  마법처럼 Like a magical moment (inst. )
07  오랜만이야 (inst. )


퍼플 스위트라는 신인가수의 음반을 듣다보니 문득 고교시절이 떠올랐다. 당시 괴짜였던, 지금도 가끔 소식을 나누곤 하는 친구가 있는데 무척이나 시를 좋아하는 친구였다. 자작시도 꽤 쓰고, 인생에 대한 고뇌와 세상을 보는 다양한 시각을 갖고 있던 친구. 무척 독특함이 넘치는 친구였는데, 한번은 이 친구가 조금 과하게 말하자면 선생님들을 '시험'한 적이 있었다. 그간에 교내 백일장 수상작들을 살펴보면서 당선에 필요한 요건들을 파악해서 당선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니라 선생님들을 테스트 해 보고자 시를 썼던 것이다. 친구의 작품은 당당히 수상작에 올랐고, 교지에도 소개되었다. 친구는 선생님들이 평가를 내리는 기준, 즉 입맛에 맞는 요소들을 논리적으로 나열하면서 선생님들을 홀렸던 것이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나 들었던 것인데, 참 독특하고 대단하다 라고 밖에는 할 말이 없었다. 퍼플 스위트의 첫 EP 앨범에는 당시를 떠올리게 하는 뭔가가 있다.

앨범 자켓으로만 봐도 무척이나 상큼한 뭔가를 담고 있는 것 같은데, 뚜껑을 열어 보면서는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획사 측의 말로는 모든게 다 정해진 상황에서 나중에 가수를 영입한 모양인데, 그래서인지 다소 앨범의 성격이 모호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분명 퍼플 스위트라는 가수의 목소리도 매력적이고, 노래도 잘 부르는데 왜 난 물음표를 던질 수 밖에 없을까? 이유는 맞춤식 음반제작에 따른 몰개성화...라고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분명 음반 안팎으로 보라빛 색채감은 강조했는데, 그런 틀 안에 가수를 끼워 맞추려고 해서인지 각 노래마다 박혜수란 가수의 고유성이 보이질 않는다. 마치 음색이 비슷한 여러 가수들이 한 곡씩 부른 컴필레이션 음반이라고 해도 누구나 수긍할 정도로 가수 고유의 매력 보다는 특정 이미지 상품을 위해 한 가수의 개성을 벽장 속에 가두어 놓은 것 같은 느낌... 지나친 억측일까?

개인적으로 '인디음악' 이 기본적으로 갖고 있어야 할 요소 중 하나로 꼽는 것이 있다면 바로 타인의 시선에 좌우되지 않는 독자적인 '개성'이다. 관객을 의식하기 보다는 자신들의 색깔을 유지하는데 더 치중하고, 그 고유성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이야말로 인디 뮤지션들의 필수적인 마인드라고 생각하고, 그 음악을 좋아하는 소수의 매니아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인디음악 속에는 상업적인 사탕발림 보다는 순수함이 드러나고, 때로는 소외받기도 하지만 최소한 타인에 의해 제어받지 않는 그런 꿋꿋함이 있다. 그런데 이번 퍼플 스위트의 EP 앨범을 들으면서 이 밴드를 인디음악 이라는 범주안에 포함시킬 수 있을까 라는 의문점도 생긴다. 이 쪽도 저 쪽도 아닌.. 마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다가 다 놓쳐버린 것만 같은 상황. 여기서 난 길을 잃고 만다. 뚜렷한 목적지를 갖지 못한 여행은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 할 수 밖에 없다. 겉보기에는 말끔하고, 세련되어 보이고, 이쁜 노래들이지만, 미안하게도 돌아오는 건 커피숍의 배경음악 정도로 밖에는 여겨지지 않는다.

음악적인 면을 놓고 보자면 탓할 것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세렝게티 같은 세션들의 연주도 훌륭하고, 가수의 가창력도 손색이 없다. 특히 퍼플 스위트의 보컬은 트레이닝을 제대로 받은 흔적이 역력하게 느껴질 만큼 안정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쉬움이 더 큰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둘 중 하나였어야 한다. 퍼플 스위트를 위한 곡과 그의 개성을 살린 음반제작을 위한 프로젝트를 감행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준비된 곡들을 퍼플 스위트의 개성대로 '퍼플 스위트화' 했어야 한다. 그래도 다행인 건 퍼플 스위트라는 가수에게 어울리는 옷이 있었다는 것. 타이틀 곡의 비중이 컸던 만큼 비트감이 강렬한 '마법처럼'에 가려져 있었지만, 같은 곡을 다른 버전으로 바꾸고 개사한 '구해줘' 가 오히려 이 가수에게 더 맞는 곡이 아니었을까 싶다. 전작에 비해 기타와 젬베만으로 반주하는 이 곡은 어쿠스틱한 느낌이 상당히 좋다. 거기에 퍼플 스위트의 가려졌던 옅은 허스키 보이스가 드러나면서 곡은 상당히 설득력있게 전개되고 호소력마저 보여준다. 어느 곡이 원곡이었을까? '마법처럼'에 비해 마이너 코드를 더 부각시킨 '구해줘'는 타이틀 곡보다 더 시선을 끈다. 그녀의 장점은 다음 트랙인 '어느 날'에서도 살아난다. 밝고 화사한 느낌의 춤곡 분위기의 노래에서 퍼플 스위트는 가녀린 음색으로 자신의 다양한 음색을 뽐내는 것만 같다. 유연하게 타고 넘는 노래에서 가수의 타고난 리듬감을 확인할 수 있다.

좀더 풍성한 EP 앨범을 만들고 싶었던 걸까? 마지막 두 개의 악기버전 트랙은 좀 실망스럽다. 차라리 MR 이라고 표시하는게 나았겠다. '마법처럼', '오랜만이야' 의 두 노래에서 보컬만 쏙 뺀 음원을 채워 넣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멜로디 라인이 빠져버린 MR 을 'Inst.' 라고 표기하는 건 듣는 이들을 농락하는 것 같다. 물론, 이 음반의 중심을 이루는 세렝게티의 연주는 탁월하다. '마법처럼'에서 들려준 악기들의 조화는 노래를 잊게 만들어줄 만큼 매력적이다. 마치 관객을 홀리듯이 진행되는 묵직하고 단단한 베이스의 음색은 듣는 내내 집중하게 만들었으니까. 하지만, 정말 이 음반을 풍성하게 만들고 싶었다면 MR 이 아닌 제대로 된 연주음악을 넣었어야 했다. 뭐 매니아들을 위한 노래방 MR 이라면 할 말이 없겠지만... 일렉 기타가 여기서 보컬의 멜로디 라인을 연주하고, 사이사이 즉흥적인 요소들을 가미했다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후반부다. 

퍼플 스위트의 첫 EP 앨범. 혹평하려던 건 아니었지만, 가진 기본기에 비해 아쉬운 점이 많아 주절거렸다. 이 음반을 들으면서 느낀 거라면 지나칠 정도로 안정적으로 잘 짜여진 작품이라는 것. 가장 안정적인 구도로 가기 위해 모험은 삼가는... 주인공인 가수에게조차 제한된 틀을 만들어 놓고 그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하나같이 정교하게 짜여져 있다. 하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 음악적 에너지가 다소 약하게 전달되는 편이다. 만약 퍼플 스위트가 다음 기회에는 자기 옷을 입고, 마음껏 자유롭게 노래한다면 무척이나 반가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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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US' BLANKET:  SHOW ME LOVE


연진 vocal, keyboards   l   상준 vocal, guitars

Guest Musicians
도재명  all drums   l   정중엽  acoustic & bass guitars   l   조휴일  vocal  
임환택  male chorus   l   Sweet Sorrow  male chorus   l   임주란, 유정목, 이장원  friends' chorus
최철욱  trombone   l    김정근  trumpet   l   정재현  tenor saxophone   l   윤세진  tuba
이장원  nylon guitar   l   김동건  contrabass   l   이용석, 최병천
  bass
조월  producer and music arranger on music takes us to the universe

Executive Producer  FAB3 [신현호, 이상준, 왕연진]   ㅣ   Producer  라이너스의 담요
Co-Producer  김경모  
ㅣ  Recording Engineer  김용근  
Mixing Engineer & Sound Supervisor  박민준   l  
Mastering Engineer  Dave Cooley


라이너스의 담요(이하 '담요'로 표기) 1집이 드디어 세상에 나왔다. 담요의 1집 'Show me love'는 무척이나 사랑스러운 음반이다. 2001년 결성한 이후 10년만에 처음으로 정규 1집을 내는 담요의 음악은 그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고 있고, 그 이상의 만족감을 안겨주는 음반이다. 무엇보다 이 1집은 그들에게 있어서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기 때문인지 신중에 신중을 더한 작업을 통해 탄생했다. 2007년부터 준비한 이 1집은 4년간의 작업을 거쳤는데, 그 과정에는 기존 녹음을 폐기하고 다시 1년 정도를 투자한 시간도 포함되어 있다. 내부적으로 상당히 고심했다고 하는 그 결정에서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은 라이브 공연에서 느낄 수 있는 '생동감'의 존재 유무였다. 스튜디오 녹음의 한계라고 할 수도 있는 이 문제에 대해서 그들은 고민하다가 다시 과감하게 새로 작업을 했고, 결과는 대단히 만족스럽게 드러났다.

 

이번 음반이 그들의 1집이긴 하지만, 담요는 2003년도에 데뷔 음반이면서 EP 앨범인 'Semester'를, 2005년도에는 EP 앨범 'Labor  in Vain'을 발매했다. 현재 보컬 연진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 상준은 2004년도 부터 함께 활동했고, 그들의 두 번째 EP 앨범에서부터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EP 앨범에서건 이번 1집 정규앨범에서건 큰 뼈대를 이루는 구조는 보컬과 키보드의 연진과 기타와 보컬을 맡고 있는 상준의 듀오다. 그 외에 드럼과 베이스, 기타 등등의 세션들이 합류하는 형태가 담요음악의 구성이다. 특히 이번 1집이 기존 EP 앨범과 다른 특이한 점이 있다면 타이틀 곡이기도 한 'Show me love', 'Gargle' 등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브라스(Brass)가 추가되면서 음악이 더욱 풍성해졌다는 것이다. 이쁘고, 상냥하던 음악이 금관악기들과 어우러지면서 더 풍부하고 화려한 색채감을 입었다. 마치 재즈 빅밴드와 결합된 것 같은...

 

첫 트랙인 Rag Time 은 담요 멤버들의 워밍업과도 같은 느낌의 곡이다. 뒤이어 등장할 곡을 위해 손을 푸는 듯한 그런 모습들이 그려지면서 뒤이어 등장하는 Show me love 를 자연스럽게 연결지어 준다. Show me love는 담요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연진의 밝고, 이쁜 사랑스러운 음색과 일렉기타 명랑한 울림, 그리고 브라스의 멋드러짐이 잘 어우러진 상큼한 곡이다.

Gargle 은 검정치마의 조휴일이 연진과 호흡을 맞춘 듀엣곡이다. 'Baby, just let me kiss you and stay close to me when we gargle before we sleep' 의 가사처럼, 사랑하는 이와 늘 함께 하고 싶은, 심지어 잠들기전 가글까지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을 담은 풋풋한 사랑의 감정이 담긴 노래다. 특히 두 개 음을 연속으로 만지작 거리는 피아노와 연진의 Ah~ 하는 발음의 간주부는 마치 가글하는 분위기를 음악으로 표현한 것처럼 들린다.

Misty 는 기타의 반복적인 화성진행 위로 안개 같은 연진의 보컬이 살짝 얹어지면서 시작한다. 동명의 곡, 에롤 가너의 미스티를 떠올리수도 있지만, 같은 안개일지라도 이 안개는 옅은 안개다. 막막함 보다는 설레임이 배어 있는 노래에 약음기를 단 트럼펫은 아련함을 더해준다.  보컬 위로 안개처럼 흩날리는 여성 코러스 또한 곡의 분위기를 한층 업 시켜주는 요소다. 

Picnic 은 담요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곡이자 이들의 이름을 대중들에게 각인시켜준 노래이기도 하다. 담요의 첫 EP 앨범인 'Semester'에 수록된 곡이지만, 여기서는 스윗 소로우가 함께 하면서 더 흥겨운 소풍을 만들었다. 간주 부분에서의 휘파람과 흥겨운 허밍과 웃음소리 등등은 원작에 활기를 더해주었다. 개인적으론 연진의 보컬로만 등장하는 원작이 더 이쁘고, 깔끔하고, 귀엽지만 스윗 소루우의 음성이 곁들여진 것도 나쁘진 않다. 이 버전은 마치 친구들끼리 부담없이 모여서 쿵짝쿵짝 하는 느낌이 강하다.

담요의 두 번째 EP 앨범 'Labor in Vain' 에 수록된 Labor in Vain 도 조금 다른 모습으로 등장한다. 원작 또한 보사노바 리듬이었지만, 이번 버전에선 템포를 조금 더 당기면서 곡의 분위기를 조금 흥겹게 만들었다. 살짝살짝 어깨를 흔들 수 있을 정도로...

이번 앨범에 한글로 쓰여진 곡 중 하나인 순간의 진실은 연진 위주의 보컬이었던 음악들 속에서 상준의 목소리를 살짝 들어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 가지 아이러니한 것은 악기들은 밝게 노래하고 있는데, 연진과 상준의 보컬은 상당히 무표정하다는 것이다. 분위기는 룰루랄라 하고 있는데, 내면에서는 쓸쓸함이 감도는... 이런 이중심리를 반영한 노래가 아닐까도 싶다. 그래서 어찌보면 앞서 등장한 Misty 보다 더 짙은 안개와도 같다. 고백은 앞선 '순간의 진실'이 팝 보다는 가요의 느낌이 들었던 반면 팝적인 분위기를 한글로 잘 살려낸 곡이다. 물론, 이들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발랄하고 깜직한 귀여운 분위기가 아닌 어두움이 감도는 분위기지만..

Music Takes Us To The Universe 에서는 낯선 분위기가 연출된다. 조월의 프로듀싱을 거친 이 곡은 제목 때문일까... 리믹스를 통해 상당히 우주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강한 타격감이 살아있는 비트감도 그렇고... 이 곡 만큼은 오리지널 팝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할 만큼 그 동안 들어왔던 담요스런 분위기는 아니다. 어쩌면 익숙치 않기 때문에 낯설은지도 모르겠다. 뒤이어 엘비스 프레슬리를 연상케 하는 Stop Liking, Start Loving 에서는 다시 사랑스러운 감정이 되살아난다. 처음부터 큰 변화없이 어쿠스틱 기타의 반주로 이어지는 보컬과 라디오에서 들리는 듯한 코러스는 어쿠스틱한 감성이 돋보이는 곡이다. 음악에 큰 장치가 없이 물 흐르듯이 전개되는 느낌이 너무 좋은 곡.

마지막 Walk 또한 'Labor in vain' 과 함께 두 번째 EP 앨범에 수록된 곡이다. 전체적인 골격은 비슷하지만, 이번 버전은 원작의 어쿠스틱함에 좀 더 색깔을 입혔다. 베이스가 더 묵직하고 단단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긴장감 있게 음악의 중심을 잡고 있다. 원작이 풋풋했다면, 이번 버전은 좀 더 세련되졌다고나 할까... 중간 무렵에는 베이스와 기타 없이 보컬들(아이들 같은 음색의, 어쩌면 피너츠 주인공들 같은 느낌을 주었는지도..)과 드럼만으로 전개되었다가 다시 악기들이 조합되면서 더 강한 비트감으로 엔딩을 장식한다.  



담요의 첫 정규앨범은 10년만에 탄생한 작품이지만, 실제로는 4년을 준비한 음반이다. 그 안에 두 장의 EP 앨범도 있다. 때문에 이 음반 하나를 놓고 지난 10년간의 결과물이라고 보는 것은 지나친 기대심리일 것이고, 그냥 10년을 맞는 오리지널 팝 밴드의 오늘의 모습이라고 보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총 11곡 중에서 3곡이 EP 앨범과 중복되지만, 오리지널을 바탕으로 충분히 각색한 흔적이 보이기에 중복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도 맞지 않을 것 같다. 한 가지 놀라운 것은 이들이 다른 생업에 종사하면서 음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음악이 아니라 음악을 하기 위해 생업에 종사한다는 것이다. 그런 배경 때문인지 몰라도 음악적 완성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하고 싶다. 요즈음의 음악들과 비교하면 진부할 수도 있지만, 이들이 추구하는 것이 오리지널 팝을 재현하는 것인 만큼 오리지널에 충실한 것이 아닐까.

이런 이유 때문에 유독 담요의 곡들은 영어가사 위주로 되어 있다. 한글이 아닌 외국어를 주로 사용하는 이유 때문에 외부의 시선들로부터 끊임없이 공격받았던 것 같은데, 여기서 좀 더 관대한 시선이 필요할 것 같다. 오리지널 영국 팝을 추구하는 밴드에게 한글에 대한 압박감, 다시말해 전혀 맥락없는 애국심 같은 것을 강요할 필요가 있을까? 이건 다시말해 국악을 좋아하고 연주하는 외국인들에게 이 노래들을 자국어로 부르라는 것과 다를 것이 뭐가 있겠나? 음악이라는 것은 시대상과 민족성을 반영한다. 때문에 나라마다 그 특색이 있는 것이고, 시대마다 다른 형태의 음악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여기서 이들에게 한글가사를 강요한다면 그건 애국심이 아닌 국수주의적 시선이 아닐까. 음악에는 그에 맞는 언어가 있기 마련인데, 괜한 억지로 트집을 잡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나라에 이런 발랄한 팝 음악을 하는 밴드가 있다는 것도 획일화되어가는 음악들 속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요소 중의 하나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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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 - Bliss

이상은
작사, 작곡, 보컬 & 코러스  ㅣ  DJ 은천
박과장 편곡, 코러스, Elec & Bass Guitar
김태영 Nylon Guitar  l  오영삼 Acoustic Guitar

 

우리는 은연중에 음악은 아름다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렇지 못한 음악은 자신의 의식 속에서 폐기하곤 한다. 비록 내면은 아름답지 못하더라도 자극적이고, 휘황찬란하게 포장한 음악 앞에서 한때 미소짓지 않았던가!! 음악은 한 국가의 언어와도 같고, 역사와도 같다. 그 만큼 음악은 그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그것이 아름다우냐, 그렇지 않냐를 가리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겠나? 오히려 어두운 시대 속에서 쌩뚱맞게 히히덕 거리는게 더 웃긴 모양일 것이다. 21세기의 음악은 오늘의 모습을 담다 보면 삭막하고, 쓸쓸할 수 밖에 없다. 그 가운데서 희망을 노래할 수는 있더라도, 거짓으로 노래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상은의 음악, 그녀의 음악은 이런 산업화된 도시의 쓸쓸한 모습을 그려냄과 동시에 한 켠에선 어깨를 토닥거리곤 한다.

아직까지도 이상은을 '담다디'로만 기억한다면, 그는 엄청나게 그녀에게 무관심한 사람일 것이다. 그녀에게 무한한 관심을 쏟지 않고, 관망하던 나 조차도 담다니는 그녀의 초창기 데뷔 모습이었을 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보다 내게는 '비밀의 화원'의 이상은이 더 친숙하다. 마침 14집을 마치고, 잠시 휴식시간을 갖는 것처럼 선보인 디지털 싱글에 '비밀의 화원'이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 또 다른 곡 'Bliss'가 나란히 담겨 있다. 이 두 곡은 각각 11집과 14집에 수록되어 있던 곡들로 그녀의 첫 디지털 싱글 앨범에 수록되면서 여러가지 옷을 입게 된다. 이번 디지털 싱글은 14집에서 15집으로 넘어가는 사이에 잠시 휴식을 얻는 그런 가교역할 같다.

 

11집 신비체험

14집 스타더스트 'We are made of Stardust'



이 두 곡은 각기 다른 옷을 입으면서 또 다른 모습으로 태어난다. 총 여섯 곡 중 두 곡은 오리지널 버전이고, 나머지 네 곡은 리믹스 버전으로 DJ 은천과 박과장(박정현)의 작품이다. DJ 은천의 작품인 첫 트랙 Bliss의 Emerald Castle Remix 버전은 어쿠스틱 기타의 아르페지오로 시작하지만, 효과음이 점차적으로 증폭됨과 동시에 베이스의 슬라이딩 이후 차가운 음색의 코러스가 등장한다. 마치 예전에 우연히 들었던 엔야를 연상케 하는 우주적인 신비로움을 담고 있다. 보컬은 가사가 아련하게 들릴 만큼 여기저기 벽에 부딪히며 산란되고, 그 가운데 코러스가 여러 겹으로 겹쳐지면서 수정동굴 안에 갇힌 듯한 느낌을 안겨준다. 그 가운데 일정하면서 묵직한 비트감은 곡의 맥락을 잡을 수 있도록 균형을 잡는다. 후반부에서는 어쿠스틱과 디지털이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뭐랄까.. 마치 인간의 이중성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같은 곡의 Azian P Remix 버전은 박과장의 작품으로 보컬을 좀더 전면으로 내세웠다. 여전히 비트감은 존재하지만, 드럼 보다는 일렉 베이스의 묵직하고 단단한 음색을 통해 비트감을 부여하고 리드한다는 점에서 DJ 은천의 버전과는 차이가 있다. 여기에 기타와 신디사이저를 통한 첼로의 저음 구현은 음악에 좀더 어쿠스틱한 느낌을 부여한다. 무엇보다 보컬이 살아나면서 다른 요소들은 보컬을 지원하는 부가적인 존재들로 여겨진다. 또한, 오리지널 버전의 코러스를 좀더 강렬하게 변조하면서 음악에 짙은 어두움을 한 겹 덧입혔다. 착각이었을까. 초중반만 해도 보컬의 존재감이 분명했었는데, 점차 마지막으로 내달리면서 여러 혼합된 스타일의 음악 속에 묻혀 버리는 인상을 준다. 마치 신비로운 숲 속으로 서서히 사라지는 소녀의 모습처럼, 여러 음색 속으로 보컬은 서서히 사라진다.

세 번째 Bliss 의 오리지널 버전을 듣다보면 어쿠스틱 기타와 현악기의 등장이 공통적으로 앞선 리믹스 버전에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DJ 은천과 박과장은 이 두 가지 요소를 시종일관 유지하면서 그 가운데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최대한 발휘했다. 덕분에 동명삼곡(?)이 탄생하게 된 듯하다. 이번 음반 발매에 관해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 싱글로만 승부하는 한국식이 아닌 영미식 정통 싱글커트 개념으로 만들었어요. 윤상, 루시드 폴과 작업한 DJ은천과 편곡에 일가견이 있으신 박 과장님과 함께 작업했죠. 제가 언제나 고민하지만 아직 갈 길이 먼 ‘대중성과 음악성’을 노린 작업이에요. 그동안 음악성에 치중해온 감이 있어 이번 싱글을 계기로 대중에게도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가고 싶었달까요. (데일리 포커스 인터뷰 중) "


그녀의 말 처럼 이번 앨범은 대중성과 음악성을 고루 갖췄다. 리믹스 버전은 대중들에게 흥미로울 수 밖에 없다. 비트가 빠지면 리믹스라고 할 수 있을까? 21세기의 젊은이들에게 이 '비트(Beat)'는 그들의 음악에 있어서 절대적인 필수요건이며, 동시에 그네들의 언어수단이기도 하다. 게다가 살랑살랑 거리는 값싼 모양이 아닌 각기 다른, 하지만 탁월한 완성도를 보이는 네 개의 버전을 손에 쥐어 주면서 대중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도 있게 된 것 같다.

비밀의 화원의 두 개의 리믹스 버전은 또 새롭다. Toy Garden Remix 와 Toy Garden Remix Radio Edit 버전. 비밀의 화원을 장난감 화원으로 바꿔버린 두 개의 리믹스에는 공통적으로 80년대의 오락실을 떠올리게 하는 게임 효과음이 등장한다. 스타워즈의 알투 디투를 연상케도 하는 이 음색들은 음악에 발랄함과 경쾌함을 추가시켰다. 심지어 이 효과음은 곡의 단락과 단락 사이를 연결짓는 경과음으로까지 등장한다. DJ 은천의 아이디어와 유머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또한, 두 개 버전 모두 원작의 코러스는 제외시켰고, 한 목소리가 서로 다른 공간에서 들리는 듯한 효과를 적용시키면서 마치 대화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두 개의 버전에 큰 차이점은 없다. 크게 차이나는 부분은 앞 버전이 후반부에서 후렴구를 더 반복한다는 정도, 그리고 미묘한 음색의 차이 정도... 두 개 버전 모두 같은 리듬을 유지하면서 형제 같은 인상을 준다.
 
마지막 트랙인 비밀의 화원 오리지널 버전을 들으면 원판불변의 법칙이랄까.. 그런 느낌이 강하게 와닿는다. 어디까지나 어쿠스틱을 지향하는 개인적인 성향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상은은 이제 15집을 준비하기 위해 또 여행을 떠난다고 한다. 여행 속에서 얻은 경험과 이야기들을 음악으로, 글로 써내는 그녀에게 있어서 여행은 또 다른 도전의 시작과도 같을 것이다. 한 자리에 머물지 않는 그녀의 음악은 여행과도 닮은 점이 많다. 그녀의 떠나는 그림자에서 방랑자의 흔적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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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LAND

비스윗, 보컬  ㅣ  여민락, 기타  ㅣ  곰돌군, 피아노  ㅣ  원훈영, 베이스 
김순옥, 아코디언  ㅣ  한다은, 첼로  ㅣ  비스윗 & 곰돌군, 코러스


 
최근 인디밴드의 음악들이 급속도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의 음악들에 식상한 이들의 관심과 더불어 탄탄한 음악적 완성도를 보이는 이들의 음악은 충분한 관심거리가 될 것 같다. 메이랜드 또한 이 흐름의 한 축을 담당한 팀인데, 이름은 다소 낯설지만 각 멤버들 또한 이 바닥에서는 이름난 인물들이다. 이 음반에 참여한 사람들은 여럿 되지만, 삼각편대라고 부를 만한 세 인물은 비스윗(강주희), 여민락(김동현), 곰돌군(이성민)이다. 각 멤버들은 이번 음반이 첫 작업이 아니고 각자 개인적으로 작업한 음반들이 여럿 된다. 비스윗의 경우 인디 음악계에서 여성 싱어송 라이터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고, 곰돌군은 작곡가로, 여민락은 다양한 세션과 가수들의 음악감독으로 활약하고 있다. 물론, 이 세 사람 모두 곡을 쓰는 작곡가이기도 하다. 

메이랜드의 음악 속에서도 유독 드러나는 그녀의 독특한 보이스는 듣는 사람들의 귀를 자극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여기서 가창력을 운운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 같고, 분명 그녀의 목소리엔 '독특함'이 있다. 상당히 높은 고음 성향의, 얇지만 미세한 허스키함이 내재되어 있는 보이스...  이런 궁금함은 그녀의 음악을 찾아 보게도 만들었다. 그녀의 1집에 수록된 'Can't Stop'을 들어보면 메이랜드의 음악적 성격과 무척 비슷한 성향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곰돌군과 여민락이 자신들의 프로젝트에서 비스윗을 만난 건 엄청난 기쁨이 아니었을까.




인디밴드에서 개성이 사라진다면 이미 생명력은 사라진 것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그 만큼 메이랜드의 음악들도 자신들의 색깔을 유지한 일관성을 지니고 있다. 여기서 곡은 주로 곰돌군이, 작사는 비스윗과 여민락이 조금 가세했다. 표면적으로 보기에는 보컬을 강조한 느낌이 강한데, 아마도 비스윗의 개성적인 목소리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음악을 계속적으로 듣다보면 상당히 단순해 보이는 음악들이 그 안으로는 무척이나 탄탄한 구조적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첫 곡  'Story' 에서 이들은 다양한 소재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재주를 보여준다. 피아노와 보컬로 시작하는 차분한 시작... 그리고 등장하는 기타의 아르페지오, 덧입혀지는 비스윗의 코러스, 그리고 자연스레 가세하는 합주편성의 등장과 어느새 싹~ 사그라지면서 울리는 기타의 하모닉스!! 이 모든 과정이 상당히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상당히 탄탄한 조직력 같은게 느껴지는 곡이다. 가사 보다는 멜로디나 전체 흐름에 집중하며 재미를 느끼게 하는 곡이다.

'우연한 여행의 첫사랑' 은 메이랜드의 타이틀이자 뮤직 비디오로도 잘 알려진 곡이다. 상당히 많은 악기들이 등장하는데 일관된 움직임 때문일까.. 번잡해보이지 않고, 나올 때 나오고 빠질 때 빠지는 움직임들이 무척 매끄럽다. 앞서 스토리에서는 놓쳤던 곰돌군의 코러스를 여기서는 미세하게 느낄 수 있다. 나즈막하게 소심하게 등장하는 코러스는 보컬로서라기 보다는 악기적인 성향의 역할을 한 것 같다. 여기에 아코디언은 맛깔스런 양념 같은 존재. 사이사이 등장하는 효과음들은 여행도중 우연히 만난 첫 사랑에 대한 설레임을 표현해준다. 

세 번째 곡, '시간 참 빠르다' 에서는 앞선 분위기와 달라진 상당히 차분한 분위기로 바뀐다. 피아노와 기타, 그리고 허밍으로 시작된 비스윗의 보컬은 낯선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제까지 들어왔던 고음성향의 목소리는 낮은 음에서도 매력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고, 무엇보다도 어쿠스틱한 잔잔함은 방방 뛰었던 마음을 순식간에 진지하게 만든다. 어쿠스틱 사운드에 첼로의 묵직한 저음은 주인공의 쓸쓸하고 아픈 마음을 적절하게 묘사한다. 여기에서도 기타의 스트로크는 빠질 수 없는 대목이다. 메이랜드에서 기타라는 악기는 절대 빠질 수 없는 존재같다.

마지막 '사막여우' 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같은 느낌의 곡이다. 앞선 곡 보다는 조금 밝아진 느낌으로, 마찬가지로 기타와 나긋한 목소리로 시작하면서 후반부에는 다른 리듬이 함께 혼합된다. 쓸쓸했던 기억은 마음 속에 묻고, 마음을 정리한 채 돌아서는 주인공... 하지만, 마음이 무겁진 않다. 여태 들고 왔던 짐은 내려 놓았으니까... 이런 마음은 드럼과 베이스, 아코디언(왠지 멜로디언 음색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과 일렉 기타의 피킹과 더불어 공중으로 흩어진다. 다시 기타의 아르페지오와 목소리, 아코디언...

메이랜드의 음악은 작곡과 기타, 목소리의 조화라고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서로 의견을 나누고, 일치시키는 과정이 있었기에 탄탄한 음악적 완성도가 탄생할 수 있었다고 또한 생각한다. 단순히 젊은 날의 감정을 가볍게 표현했다고 치부하기엔 돋보이는 음악적 흐름의 전개와 갖가지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아까울 지경이다.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인 프로젝트 그룹으로 자리하기 위해서는 지금껏 유지했던 색깔을 유지하면서 다른 아이디어들을 추가하면 더 멋진 작품들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메이랜드는 숨겨진 재능이 많은 멤버들이 기대되는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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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해인 1집 - Close to you

 

유해인  노래, 피아노 & 풍금
전성식  콘트라베이스  ㅣ  장혁조  베이스
박주원  기타  ㅣ  김현보  기타 & 사운드 프로그래밍
유승혜, 임흥순  멜로디온  ㅣ  신석철, 이상민  드럼
김성민  트럼펫  ㅣ  김주현, 최미선  코러스

 

유해인이라는 가수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위드블로그를 통해서였다. 음반 캠페인에 등장한 이 한장의 음반은 리뷰어로 선정되진 않았지만, 자켓 하나만으로도 내 호기심을 자극했고, 리뷰를 쓰게 만들었다. 이 앨범자켓은 익숙해진 기억속의 한 장면을 들춰내기에 충분했다. 바로 찰스 M. 슐츠의 역작, 피넛츠(Peanuts)에 등장하는 음악가 슈레더와 판박이처럼 비슷했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 속의 슈레더는 미니어쳐 같은 피아노(물론 만화의 성격상 축소시켰겠지만...)를 연주하며 음악에 심취하곤 했는데, 바로 유해인의 앨범자켓은 슈레더를 모방한 것처럼 비슷해 보였다. 피아노를 치며 노래하는 그녀를 대변하기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훌륭한 연출이었다고 본다.

 

궁금했다. 과연 유해인이라는 싱어송 라이터의 음악이 어떤 것인지를... 그래서 찾다보니 그녀의 이번 1집 발매 이전에 디지털 싱글로 출시한 음원이 세 곡 있었다. '너무 사랑했던 날', '어디에 있나요', '혼잣말' 이 세 곡을 먼저 들어봤는데,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무엇보다 화려하지 않고, 자극적이지 않은 선율과 목소리가 마음에 들었다. 목소리가 특별히 예쁜 것도, 가창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었는데 무언가 사람을 끄는 호소력 짙은 매력이 있었다. 덕분에 이런 감정은 반드시 그녀의 1집을 들어야만 할 이유로 이어졌다. 1집에는 디지털 싱글로 발매된 것과 동일한 음원이 실려 있다. 그런데... 뜻밖에도 음반내지에 실린 곡명과 음반 내에 실제로 수록된 트랙순서가 달랐다. 이런 실수를 다 하다니... 아마도 트랙순서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여러차례 고심한게 아니었다 싶었지만, 그래도 마무리는 잘 지었어야지... 만약 이 앨범을 구입한 사람들이 이런 사실을 모르고 듣는다면 수록된 세 곡은 그들에겐 영영 다른 제목으로 기억될 것 아닌가! 아래에 실제 트랙 리스트로 수정해서 정리해본다.


   :: Track List

   1. 봄이 와
   2. 그대 혼자 일 때
   3. 어디에 있나요
   4. 혼자 걷는 길
   5. 바래다 주던 길
* 6. 혼잣말
* 7. 아카시아 (숨겨진 사랑)
* 8. 생각이 났어
* 9. 너무 사랑했던 날

* 수정한 곡목


유해인의 1집은 현대인의 잊혀진 감성을 다시금 기억나게 하는 요소들로 가득하다. 최근 쏟아지는 음악들.... 사실 대부분 비슷한 패턴의 음악들이 아닌가. 산업화된 도시의 모습들이 음악에서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보니 음악도 개성이 사라져 버린 몰개성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요즘, 그 가운데 순수했던 감성을 찾는 이들에게 이 음반은 햇빛이 살포시 비치는 조그맣게 열린 창과도 같을 것이다. 그녀의 1집은 풋풋한 사랑이야기로 빼곡하게 차 있다. 이 한 장의 음반 안에는 사랑의 기쁨과 슬픔, 고독, 아픔, 그리움이 담겨 있다. 희한하게 음반을 듣고, 또 들으면서 곱씹다보니 밝게 들렸던 음악들 조차 점차적으로 슬프게 와닿는다. 보통 일반적으로 노래를 듣다보면 가사 보다는 멜로디에 귀를 기울이는 반면, 유해인의 음악들에선 가사들에 더 집중하게 된다. 짐작이지만, 아마도 경험 속에서 묻어나는 체험이 담긴 가사라서 더 귀에 쏙쏙 들어오는게 아닐까 싶다. 각 곡마다 가사들은 시처럼 율동감 있는 운율이 내재되어 있고, 규칙적인 통일감도 지켜 나가고 있다. 이 음반 내지만 갖고도 훌륭한 시집 하나가 될 것도 같다. 이처럼 멜로디와 가사가 조화를 이루다보니 음악은 강력하지 않으면서 강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

가슴 설레는 감성을 담은 '봄이 와' 는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설레는 마음을 봄이 온다는 말로 바꿔 표현했다. 마주 앉은 것만으로도 행복이 넘치는 소녀의 감성이랄까... 피아노의 시작과 목소리, 여기에 알토 멜로디언의 선율은 맛깔스런 양념과도 같다. 악기의 성격상 아코디언 처럼 진~하진 않지만, 옅은 감성을 표현하기엔 제격이었던 것 같다. '그대 와 봄이 와' 라는 엔딩의 표현은 그녀가 이 음반에서 보여주는 언어유희(?)의 단면이기도 하다. '그대 혼자 일 때' 는 혼자 힘들어하는 누군가의 어깨를 토닥이는 노래다. 피아노와 드럼, 콘트라베이스의 안정적인 구성을 갖춘 이 곡에서 나긋나긋하게 속삭이던 그녀의 목소리는 조금 높아진다. 아!! 이런 음색이었구나. 

'어디에 있나요'
는 분명 누군가를 찾는 마음이 담긴 노래다. 그 대상이 연인일 수도, 자신의 꿈일 수도 있겠지만... 왠지 연인 쪽으로... 아니 그 보다는 그와 함께 했던 기억에 초점이 맞춰진다. 브러시 스틱과 공허함을 때리는 심벌의 울림, 그리고 사운드 프로그래밍을 통해 거듭난 음향들은 이 기억의 산란을 적절하게 표현했다. 짙게 깔린 안개 같은 막막함을 표현하기에 이 보다 더 좋은 효과가 있을까 싶다.

 

유해인의 1집에는 두 가지 길이 등장한다. '혼자 걷는 길' '바래다 주던 길' 이다. 어쩌면 이 두 길은 같은 길이었을지도 모른다. 사랑하던 이와 같이 걷던 길이 어느새 혼자 걷는 길이 되어버렸고, 그 길이 예전에는 그녀를 바래다 주고 오던 길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주인공은 이 두 가지를 모두 경험하지 않았을까 싶다. 

'혼자 걷는 길' 에서 유해인은 그녀의 자화상과도 같은 모습을 들려준다. 피아노와 목소리만 등장하는 이 곡에서 그녀는 한 편의 모노드라마를 찍는다. 피아노 외에 다른 악기들의 흔적이 사라진 여백을 그녀는 자신의 호흡으로 채운다. 나즈막하게 과거를 회상하는 목소리는 자책과도 같다. 모든 것이 자기 탓이라는.... 만약 이 노래가 실제 경험이라면, 그녀는 너무도 여린 감성의, 심각한 이타주의자인지도 모르겠다. 노래를 듣다가 비슷한 감성의 곡 하나를 떠올렸다. 장혜진의 '1994년 어느 늦은 밤'... 당시 이 곡을 들으면서 적막한 밤에 느꼈던 아픔을, 이 노래를 통해 다시금 경험하게 됐다. 다른 어떤 노래보다 가수의 호흡이 느껴지는, 때로는 탄식마저 자아내는 목소리가 상당한 공감을 이끌어낸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발랄하게 전개되는 '바래다 주던 길' 에서 주인공은 잔뜩 신이 났다. 제목은 '바래다 주던 길' 이지만, 실제로 그 길은 '바래다 주고 오던 길' 이다. 쉐이커와 경쾌하게 리듬을 주도하는 어쿠스틱 기타의 도입부는 구름 위에 붕 뜬 주인공의 마음을 대변한다. 연속으로 도, 도, 도로 끝나는 가사말들 '오늘도, 어제도, 아직도', 그리고 이어지는 '내게로' 는 이런 가슴벅찬 마음을 싱그럽게 전달한다. 문득 떠오르는 7년전 기억들... 지금의 아내를 바래다 주고 오던 마음과 오버랩 되면서 급공감하게 되었다. 당시 아내집은 들어가는 길이 좀 어두웠었는데, 그 길을 함께 걸어가며 돌아서서 손 흔들고, 또 돌아서서 손 흔들고...그리고 대문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돌아서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돋아난다. 그렇게만 끝났던가... 아내가 집에 들어간 후 다시 전화해서 목소리를 들으면서 가던 길을 다시 돌아오던 그 길... 그런 행복감이 가득 묻어나는 곡이 바로 이 곡이다. 

어린 시절 '쉘부르의 우산' 이라는 영화를 처음 보면서 내용과는 별개로 웃겼던 것이 배우들이 대사를 노래처럼 하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어색함의 극치를 안겨주었던 그 순간... 그런데, 유해인의 노래들은 반대로 노래를 말처럼 바꿔서 부르고 있다. 분명 말하듯이 노래를 하는데, 전혀 어색함이 없다. 어쩌면 가사를 먼저 쓰고, 나중에 멜로디를 입힌 것이 아니었을까... '혼잣말' 에서도 그런 느낌은 여전하다. 같은 편곡자여서 였는지 몰라도 이 곡의 느낌은 전반부의 '어디에 있나요' 와 비슷하다. 사운드 프로그래밍을 거친 음향의 느낌이 비슷해서일 수도 있고, 아니면 곡의 내용적인 면이 비슷해서 그럴 수도 있겠다.   

'아카시아'
는 한 편의 시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앞에 그대의 옷깃에 내려앉는 흰 눈이라도, 그대의 옷깃을 적시는 비라도 되고 싶다는 목소리는 깊고 슬픈 처량한 멜로디에 얹어진다. 슬픔의 극한에서 어루만지는 트럼펫은 이런 슬픔을 더욱 가중시키고, 주인공은 어두운 밤 가로등 아래에서 비에 젖은 채 떠날 줄을 모른다. 부재를 보아하니 아마도 이미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그를 짝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한 노래인 것 같다. 앨범에 수록된 곡 중에서 가장 강한 비트(상대적인...)의 '생각이 났어' 는  여태 속으로만 삭히던 마음을 그나마 바깥으로 표출한 목소리를 담고 있다. 안으로만 끙끙대던 마음을 그래도 표현한 노래... 그의 심중을 알고 싶은 그녀에게 그는 아무 말이 없고... 답답한 마음과 미움이 교차하지만 결국엔 '너의 웃음이 그리워' 로 맺는다. 이 노래에서야 드럼이 우리가 알고 있던 타격감을 선보이고, 기타가 가세하면서 경쾌한 사운드를 만들어내는데, 왜 들으면 들을수록 이 곡이 슬퍼지는지...

 

시적인 감수성이 짙게 배어있는 '너무 사랑했던 날' 은 맨 처음 유해인이라는 가수를 알게 해 준 곡이다. 이 곡은 프롤로그에 가까운 성격이라 생각했는데, 에필로그로도 잘 맞는 분위기를 들려준다. 내면의 복잡다단한 생각들과 감정들이 이제는 정리되는 느낌? 분명 떠나간 사람을 회상하고, 그리워하고, 괴로워했던 시간들을 떠올리곤 하지만 이제는 마음의 정리가 된 주인공은 차분하게 어제와 오늘, 내일을 노래한다. 겨울이 지나갔다는 말 한 마디로 마음 속의 평온을 찾은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유해인의 1집 'Close to you'는 젊은 날의 감성을 시적인 가사와 감성적인 멜로디로 잘 엮어낸 수작이다. 근래에 보기 드문 멜로디가 살아있는 음악이고, 가사의 깊이 또한 충실하다. 아마도 유해인은 가사 뿐만 아니라 작사가와 작곡가로도 크게 발전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싶다. 이런 재능을 세상에 드러나게 한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와, 그녀의 멘토로 든든하게 여기까지 이끌어준 이은미 또한 보석을 발굴해낸 공로가 크다. 이젠 자극적인 걸그룹들에 식상한 이들이 유해인의 음악을 찾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그녀의 음악에는 인생에 대한 진지한 고뇌가 깊이 박혀있다. 가볍게 흘려 듣기에는 너무 아까운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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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a s i s

정민아  가야금 & 노래 ㅣ  서영도  베이스  ㅣ  원일  꽹과리 & 장구  ㅣ  한웅원  드럼
박혜리  아코디언  ㅣ  공경진  해금  ㅣ  DJ UNIQUE-SHADOW 일렉트로닉 사운드

 
일본에는 우리나라 단소와 비슷한 사쿠아치라는 민속악기가 있다. 이 악기는 취구 부분이 단소의 둥근 부분과는 달리 V자 홈이 파여 있는데, 얼마 전 이 악기를 개량해서 마우스피스를 모던 플루트에 연결하도록 만든 제작자가 미국에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 이야기를 전해 준 분 또한 그 악기를 이제 막 사용하게 됐다고 하는데, 관련된 얘기를 하다가 이런 내용을 일본 연주가들에게 했더니 반응이 안 좋았다고 한다. 왜 그렇게 하느냐는 등의 의아한 반응들.... 당연할 것이다. 만약, 누군가 우리나라 단소를, 혹은 대금을 개량해서 다른 악기와 섞는 퓨전을 우리 음악가들에게 제시한다면 좋다고 할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겠나? 그들에겐 모욕과도 같은 말들일 것이고, 그런 만행(?)을 저지르는 사람들은 이단아와도 같은 존재들로 여겨질 것이다. 

정민아라는 모던 가야그머 또한 우리네 전통음악의 대가들에겐 이와 비슷하게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이단아 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닥 반가운 존재는 아닐 것 같다. 최근 국악에도 크로스오버가 상당히 많이 등장했지만, 가야금을 연주하면서 노래하는 싱어송 라이터라니! 이건 완전히 틀을 깬 거나 다름없을 것 같다. 물론, 정민아의 음악 또한 크로스오버로 구분지어지겠지만, 여기서는 가야금을 '국악기'로 보는 관점 보다는 모든 악기 중의 하나인 그냥 '악기' 로 보는 것이 더 좋겠다. 연주가 본인이 말한 것처럼, 그에게는 가야금이 가장 잘 다루는 악기에 불과했을 뿐이니까 말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 음악을 듣고, 국악과 양악으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크게 하나의 음악으로만 본다면 일단 접근면에서는 별 문제가 없을 것 같다. 


INDEX

01   여름날에 몽롱한    Mongrong
02   환타스틱              Fantastic
03   예예예                 Yeh Yeh Yeh
04   주먹밥                 Rice ball
05   고래공포증           Whale-phobia
06   오아시스              Oasis
07   비밀                    the Secret
08   은미 이야기          Eunmi Story
09   봄이다                 Spring is here



어느 음반에서건 첫 트랙은 누군가와 처음으로 만난 첫 인상과도 같은 느낌을 준다. 정민아의 이번 신보의 첫 곡이 내게 준 첫 인상은 여름날에 몽롱한 이라는 제목이 주는 것처럼 '몽롱함'이다. 심상치 않은 가야금의 전주에 이어 '몽롱' 과 '마자' 라는 두 단어가 두 개 음정에 붙어서 반복적으로 구사되고, 그 뒷 배경엔 동시에 음산한 음정의 코러스가 들어가면서 증폭되는 몽롱함... 듣다보니 이건 몽롱함을 넘어서 거의 최면을 건다는 느낌까지 주는 곡이다. 연주곡으로 이어지는 환타스틱 은 앞서 선사했던 몽롱한 분위기를 아랍 음악 분위기의 색체감으로 연장시키는 것만 같다. 정민아는 과연 뭘 들려 주려는 걸까? 앞서 연주된 두 곡에 이어 간만에 익숙한 분위기의 곡이 등장했다. 아니 익숙하다기 보다는 전반부 두 곡의 성향이 워낙 특별하다보니 상대적으로 뭔가 해소되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예예예 는 상당히 상큼 발랄하게 와닿았다. 정민아는 이 노래 한 곡에서 인류의 평등과 이념간의 갈등을 넘어선 화해를 노래한다. 

이 앨범을 듣다보면 점점 연주가의 성향이 그림처럼 형상화되는 것을 느낀다. 반복적인 어법을 등장시키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전개하고, 지극히 슬픈 이야기도 유쾌하게 엮어내는.... 주먹밥 은 실제 그녀의 체험담을 소재로 만든 곡이라는데, 가사는 정말 슬프고 암울한 현실을 이야기 하면서도 노래로는 그 힘들었던 기억을 유머와 재치로 승화시켜 버린다.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와 '망했네 망했네 망했네' 의 코러스는 쫓고 쫓기는 이 시대의 하층민들의 삶을 보여주는데, 이 장면을 이렇게 유머러스하게 바꿀 수 있다는 것도 연주가의 재능이다. 코러스와 정민아의 주고 받는 대목에서 영화 '키드(Kid)'에서 채플린과 꼬마 재키 쿠건이 경찰에게 쫓기는 장면이 떠오르는건 왜였을까? 

친구의 고래공포증 을 그대로 노래로 만든 동명의 곡은 공포감 보다는 그리움에 가까운 성격의 곡이다. 공포와 그리움은 종잇장 한 장 차이에 불과할까? 화자는 존재만으로도 고래를 두려워 한다고 하지만 그의 시선은 여전히 고래에게 머물고 있고, 고래의 진심 또한 알고 있다. 이 고래는 어쩌면 닿을 수 없는 이상향에 대한 동경 같은 것이 아닐까도 싶다. 그 이상향을 이뤄내기엔 닥친 현실이 너무도 두렵고... 이 현실을 이겨내야만 고래를 만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한 자신을 보면서 안타까워 하는...그래서 아득히 먼 곳의 고래만 바라보는 그런 모습이 아닐까도 생각해본다. 이 곡에서야 중간 간주 부분에 본격적으로 가야금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녀의 현란한 테크닉이 빛나는 순간..



이번 그녀의 3집 오아시스의 타이틀곡인 오아시스 에서도 그녀는 실존하는 오아시스가 아닌 결코 닿을 수 없는 존재인 '신기루' 를 노래하고 있다. 그 존재만으로 순간의 목마름을 잠시 잊을 수는 있지만, 막상 도착해서는 메마른 사막뿐인 공간을 만나는 주인공... 결국 오아시스는 신기루와도 같은 존재일 수 있는가? 주인공 또한 자신이 찾는 오아시스가 신기루라는 것을 알면서도 끊임없이 그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것만 같다. DJ 유니크 섀도우의 일렉트로닉 사운드는 그런 묘한 심리를 묘사하기에 제격인 것 같다. 그리고 이어지는 해금의 처량함이 가득 담긴 선율은 그저 한스러울 뿐이다.

후반부로 향할수록 분위기가 점점 무거워진다. 현실과 몽상, 아니면 망상(?) 사이를 오가는 화자의 시선은 상당히 혼란스럽다. 이런 분위기는 비밀 에서도 드러난다. 말할 수 없는 것이 비밀이라지만, 듣는 이들에게 더 더욱 궁금증을 유발하게 하고 안타깝게 하는 것이 이 노래다. 그런 면에서 이 곡은 성공작이다. 하지만, 전반부의 몽롱함 보다도 더 견디기 어려운 이 애매모호함은 답답함을 한층 부추긴다. 은미이야기 는 이 앨범에서 가장 슬픈 노래 같다. 은미의 슬픈 가족사와 그럼에도 현재의 위치를 지켜내야만 하는, 선택의 길이 없는 은미의 가슴아픈 이야기를 담았다. '오늘도 은미는 전화를 받아요...' 의 반복은 제발 멈춰줬으면!!! 하는 내면의 외침을 끌어낸다. 어찌보면 정민아는 은미의 이야기를 실제보다 더 큰 슬픔으로 끌어 안았는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봄이다 에서 또한 소시민의 현실을 마주할 수 있다. 살아가는 지금이 겨울 같아도 실제로는 봄이라는 말... 참 와닿는 말이다. 여기서 정민아는 가야금 뿐만 아니라 멜로디언과 노래를 같이 한다. 멜로디언이 이렇게 아득하게 들릴 줄이야...

정민아라는 뮤지션은 가야금을 연주하면서 노래한다. 그 때문에 더 큰 화제가 되었던 것 같은데, 그녀의 이번 음반을 듣다보니 가야금은 사실 음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이 말은 그녀의 가야금 연주를 탓하는 것도 아니고, 악기에 대한 저평가도 아니다. 연주가 본인이 가야금을 전면으로 내세우지 않으면서 다른 악기들과의 유연한 공존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가야금 자체의 존재감은 그리 크지 않았던 것 같다. 정민아는 단지 가야금이라는 악기를 여러 악기 중 하나로 택해서 활용했을 뿐이다. 이 만큼 유연한 호흡을 보여준 것 만으로도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훌륭한 가야금 연주자이며, 동시에 훌륭한 싱어송 라이터인지를 보여준 셈이다.

오늘날 가수는 많지만, 자신의 목소리로 노래하는 가수는 많지 않은 것 같다. 비주얼이 없으면 음악이 안 되는 가수도 많고, 세간의 관심사에 따라 노래할 수 밖에 없는 녹음기 가수들이 얼마나 많은가. 사실 그들을 탓할 수는 없다. 그들 또한 가수라는게 직업이자 생계형 수단 아닌가. 때문에 소신있게 노래하는 이들이 더 빛나는 것 같다. 누구나 할 수 있다면, 그들의 빛은 여러 빛들 사이에 묻히겠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도전이기에 더 값진 것이 아닌가 싶다. 사실 정민아의 음악은 여러번 곱씹을수록 맛이 있다. 왜냐하면 삶의 이야기가 내면 깊숙하게 배어 있기 때문에 겉만 핧아서는 맛을 알 수가 없다. 그녀의 음악이 더 생명력을 갖고 있는 것은 사회 속에서 소외받는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목소리는 강하지도 않고, 무언가를 요구하지도 않는다. 그냥 있는 그대로를 보여줄 뿐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듣는 이들은 그녀의 감성에 공감할 수 있다. 어떤 강한 외침 보다도 설득력 있는 것이 조용하게 속삭이는 진심이 아닐까. 은미이야기에서 느낀 그 진한 슬픔, 그리고 아무리 발버둥쳐도 현실을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오아시스' 와 '봄이다' 에서 조용한 목소리로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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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bra - pianto

JK 김동욱, vocal 유정균, bass  진한서, piano & arrange

 
하루에도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오는 음악들 속에서 20세기의 스탠다드 재즈를 선보인다는 것은 사실상 모험이다. 게다가 모두에게 익숙할 법한 곡들을 그 안에 담는다는 것도... 하지만, 비주얼이 아닌 가창력으로 인정받은 JK 김동욱, 그이기에 기대해 볼 만한 모험이기도 하다. 음악 이전에 이미 화제가 되었던 것은 1,649 장의 한정판 발매와 온라인 음원 무료제공이다. 소수의 한정판은 수집가들에게는 소장가치가 있는 아이템으로, 고음질의 무료음원은 굳이 CD 구입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이들에겐 무척이나 반가운 소식으로 와닿지 않을까. 이런 배경은 이미 가수와 세션들이 사심을 버리고 그 만큼 더 음악에 집중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라 생각된다. 또한 이런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것도 이미 이들이 생계형 가수가 아닌 꽤나 높은 고지에 다다른 이들이기에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재즈라는 장르에 처음 발을 들여 놓았던 때는 군시절이었다. 당시에 같은 부대에 재즈광이었던 동기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잠깐 빌려주었던 테잎이 바로 척 맨지오니의 '산체스의 아이들' 영화 O.S.T. 와 'Feels so good' 이었다. 이런 세계도 있구나! 라고 느꼈던 당시 외박을 통해 대구 시내에서 제법 큰 레코드 매장을 찾았다가 호기심에 재즈코너를 들렀고, 하나 꺼내 들었던 것이 빌 에반스의 'Portrait Jazz'였다. 이후 난 빌 에반스를 통해 재즈 피아노 트리오에 맛을 들여 버렸고, 그의 음악세계에 서서히 빠져 들었다. 클래식에서 피아노 트리오라 하면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재즈에서는 피아노, 드럼, 베이스의 구성을 지칭한다. 이 구성 위에 색소폰이나 트럼펫, 기타 혹은 바이올린 등이 멜로디 악기로 추가되면서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창출해낸다. 물론, 재즈에서 편성이야 자유롭게 선택되는 정형화되지 않은 부분이겠지만, 삼각대와도 같은 안정감이랄까? 피아노 트리오에서의 이 세 악기의 구성은 음악에 안정감을 더해주는 요소라고 뇌리속에 자리잡았다. 그런데, 이번 지브라의 음반에는 드럼이 없다! 그렇다면 재즈에서 매력적으로 와닿던 브러시 스틱의 맛을 볼 수 없다는 말인가?


뚜껑을 열어봤다. 첫 곡이 Black Orpheus 의 선율이기에 이미 어떤 음악이 나올지를 기대하고 들었는데....전혀 다른 음악이 나왔다. 여태까지 들어왔던 이 노래는 적어도 어두움이 짙게 깔려 있으면서 깊은 왜환이 담겨있는 침울한 곡이었다. 그런데, 이 곡이 이렇게 싸뿐하게 들릴 줄이야! 음악 전반에 깔려 있는 분위기를 걷어 버리니 이렇게 상냥하게 들릴 수도 있구나 싶었다. 물론, 곡 자체의 성격상 어둡고 슬픈 느낌이야 여전하지만, 한 없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슬픔이 아니라 회복의 여지를 남겨둔 슬픔이랄까... 여기에 드럼이 들어갔다면 이런 사운드가 나올 수 있었을까 싶다. 드럼이 없었기 때문에 피아노가 더 선명한 음색을 드러냈고, 중저음의 매력적인 허스키 보이스도 분명하게 전면으로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피아노의 투명한 음색은 두 번째 곡 Gentle rain 에서도 살아났다. 현란하지 않은 타건이 오히려 그 존재를 돋보이게 했다라는 느낌. 그 위에 살짝 손만 얹는 베이스 또한 마찬가지. 그리고 그 위에 안개처럼 내려앉는 과장되지 않은 보컬...이 삼박자가 맞아 떨어지니 그 효과는 훌륭했다. 이런게 바로 절제의 미학인가!! 가장 기본만 구사했지만, 그 기본이 멋드러진 감성을 선사했다.

내 생애 처음으로 구입했던 재즈음반에 수록된 곡이 바로 Autumn Leaves 였다. 빌 에반스 뿐만 아니라 숱하게 들어왔던 다른 연주들이 대부분이었다보니 보컬로 듣는 느낌은 또 달랐다. 피아노 없이 베이스의 전주가 등장한다. 선율을 뜯다가 어느 순간 가미된 리듬 위에 보컬이 등장한다. Since you went away~ 와 함께 등장하는 피아노는 베이스와 어울려 리듬과 멜로디 두 가지 역할을 맛깔나게 표현했다. 중간중간 피아노 없이 베이스와 보컬만 등장하는 부분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여백의 미라고 해야 할까. 화면가득 꽉 찬 그림이 아닌 동양화에서나 맛볼 수 있는 빈 공간과 피사체와의 조화는 채우지 않는 채움으로 그 이상의 감동을 안겨준다.  

All the things you are 는 앨범에 수록된 곡 중에서 가장 클래식적인 요소가 가득찬 곡인 것 같다. 베이스가 없는 부분이나 베이스가 있더라도 있는 듯 없는 듯한 간주에서의 피아노의 아르페지오는 상당히 깔끔하고 투명하다. JK 김동욱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도 인상적이다. 저자극의 보컬에는 상당한 절제가 담겨있다. 마지막에서 서서히 사라지는 페이드 아웃, 그리고 피아노의 짧은 후주의 감성은 정말 사랑스럽다.      

우리에겐 '아! 목동아' 로 잘 알려진 작품, Danny Boy. 아마도 내 어린시절 교과서에서도 이 곡을 만났던 것 같다. 여기에서 베이스가 빠져서는 절대 음악이 안 나왔을 것이다. 어느 곡 보다도 베이스의 터벅터벅 걷는 듯한 무뚝뚝함이 이 곡에서, 아니 이 연주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왜 중반부 즈음에서 신디사이저가?? 남몰래 탄식이 나왔다. 분위기 좋았는데...굳이 여기서 기계음을 등장시킬 필요가 있었을까? 차라리 필요했다면 빗질하듯 쓸어내는 음색의 드럼이 반짝 등장하는게 어쿠스틱한 사운드를 유지하는데 더 도움이 됐을 것 같다.


앨범내에 유일하게 들어간 컬러사진...해가 지는 석양을 담은 듯한 느낌과 비슷한 그들의 음악.


에롤 가너라는 뮤지션을 기억하고 추억하게 만드는 곡 Misty....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트랙이 잘못 됐나? 전주로 등장하는 피아노의 선율은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서 나왔던 'Over the rainbow' 의 후렴 부분이었다. 이후 등장하는 원곡의 선율... 오~~ 이렇게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다니! 이런 장면은 이후에도 은근슬쩍 등장해서 원곡의 짙은 안개를 반투명한 안개로 만들어 주었다. 장마철의 높은 습도 때문에 생기는 끈적끈적한 느낌이 아니라 뜨거운 기온 속에서도 나무 그늘에만 들어서면 시원한 그런 느낌? 

My funny Valentine 은 내 기억속에 슬픔과 몽롱함, 애잔함이 교차되는 곡으로 떠오르는 곡이다. 기분 좋지만은 않은 그런 느낌의... 하지만, 지브라의 연주에서는 언급한 감정 외에 여유로움과 아주 잠깐의 재치를 곁들였다. 영화 '시애틀의 잠못 드는 밤'에서 유명해졌던 'When I fall in Love' 의 느낌이 살짝 들었던 중간 부분은 기존의 곡과는 약간 다른 화성으로 아주 잠깐 동안 진행했던 게 아닌가 싶다. 

이번 앨범은 한 없이 슬프게도, 반대로 한 없이 방방거리게도 하지 않는다. 슬프다가도 명랑한 분위기로 다시 반전을 꿰하는 음악들...Mr. Bojangles 는 영화 '다이 하드'의 마지막 같은 해피엔딩의 그런 분위기를 연출한다. 컨추리송 같은 분위기에 김동욱의 목소리는 아주 잘 맞는다. 여기에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등장해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 반복되는 후렴구의 'Mr. Bojangles, Mr. Bojangles, Mr. Bojangles, dance!' 는 뭔가 사연이 있는 것처럼 아련하다. 이스트우드의 석양을 등진채 떠나는 발걸음에서 묻어나는 사연처럼...        

Bewitched 에서의 약음기를 단 트럼펫은 양념 같은 존재다. Danny Boy 에서 어설프게 등장했던 신디사이저와는 상반되는 효과를 보여주고, 루이 암스트롱을 떠올리게 할 만큼 인상적이다. 솔직히 트럼펫은 동시녹음이 아니라 믹싱과정에서 추가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실제가 아닌 미디가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분위기 메이커로서의 작용은 했다고 본다. 멤버들끼리의 척척 들어맞는 호흡과 더불어 여유 넘치는 보컬은 오랜만에 지기들이 모여 '우리 한번 연주해볼까?' 하면서 즐기는 듯한 편안함이 가득하다.


Come rain or Come shine 은 인생을 달관한 사람만이 부를 수 있는 노래다. 그렇다고 될 대로 되라 식의 자포자기가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당신과 함께 있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당신만을 사랑하겠다는 것을 이런 식으로 표현할 수도 있구나 싶다. 프로포즈 하기에도 제격인 곡... 마지막을 장식하기에도 적격인 곡이다. 목소리를 조금 높이는가 싶더니 역시나 여기서도 절제를...절대로 JK 김동욱은 선을 넘지 않는다. 




pianto 는 이태리어로 '눈물', '탄식' 의 의미라고 하는데, 나만 그런건지 몰라도 그런 의미를 담기엔 이 앨범이 너무도 즐거운 것 같다. 앨범 타이틀을 조금 수정하면 어떨까. pianto 에서 't' 를 빼서 piano 로.... 절제의 미학이 담긴 이 앨범에서는 격한 감정을 호소하는 부분도, 개인기에 치중한 부분도 없이 각 멤버들은 시종일관 '조화'에 전념한다. 뭔가 나올 것 같은 순간에도 그 경계를 넘지 않았던 것은 좀더 세밀한 음악을 만들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드럼이 빠졌던 부분도 어찌보면 이 '세밀함' 에 포커스를 맞추고자 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이번 기회를 통해 재즈 보컬로서의 JK 김동욱을 만난 것도 큰 수확 중의 하나다. 그의 목소리가 재즈에서 이렇게 절묘하게 들어맞을 줄은 미처 몰랐다. 한 가지 더 추가한다면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편곡이다. 진한서의 편곡이 없었다면 이번 음반이 이렇게 높은 수준을 보여주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다음 번에 지브라의 동일한 선상에서의 프로젝트가 또 다시 이뤄진다면, 약간의 스캣을 추가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고 피아노 대신에 보컬, 기타, 베이스의 조합을 시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도전은 또 다른 도전을 낳는다고 했던가. 끌로드 볼링이 보여준 다양한 이변들을 지브라를 통해서도 만나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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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e Lupita '그 밤'


* 바이루피타 *

vocal   윤선영
guitar   김동환
piano   이성애
contrabass   안원석
drum   박태헌
percussion   도준홍

 
'바이루피타' 라는 팀은 내게는 무척이나 생소한 그룹이다. 하지만, 위드블로그를 통해 접하게 된 이들의 음악은 그리 낯설지만은 않았다. 어디선가 들어봄직한 선율들과 익숙한 리듬은 이들을 알고 있었던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할 정도였으니까. 팀 명, '바이루피타'가 'Bye Lupita' 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사실 음악을 듣기 전에 이미 음악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말았다. 그래서 이런 관념이 음악을 들으면서 어느 정도까지는 지배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이 음반은 바이루피타의 2집이다. 물론, 1집을 들어 봤다면 좀 더 2집을 전작과 연계선상에서 말할 수 있겠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내겐 이 음반이 이들과의 첫 만남이기에 이 음반에 관해서만 이야기를 풀 수 있겠다. 바이루피타에 대한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음악을 듣고, 이야기 할 수 있는게 어찌보면 다행스런 일인지도 모르겠다.


Track List

1. travelogue
2. 그 밤, 별은 부서져
3. pai
4. 유행가
5. espere me (기다려줘)
6. 밤이 좋아 


첫 곡을 CDP에 걸었다. 트래블로그? 독백과도 같은 기타의 반복적인 선율 위에 베이스와 드럼, 피아노가 등장하고, 곧이어 보컬이 살며시 목소리를 얹는다. 제목처럼 여행을 시작하는 시점에서의 설레임과 기대감이 묻어나는 곡이다. 각 악기들이 교대로 등장하면서 이번 여행을 소개하는 듯한 뉘앙스가 포근하게 배어있다. 묘하게 균형감을 유지하는 악기간의 호흡이 돋보이는 곡이다.

그 밤, 별은 부서져.
이 노래에는 반전이 있다. 약간의 몽환적인 느낌이 감도는 전주는 보컬이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상당히 '긍정적인' 느낌으로 바뀐다. 가사에서 반복적으로 말하는 '아름다워' 처럼 이 노래는 무척이나 아름답다. 보사노바 리듬 위로 노래하는 여성 보컬의 노래는 누군가를 가슴 속에 품은 채 그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는 것 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주인공의 느낌을 공감하게 해준다. 때문에 이 노래는 상당히 희망적이다.





pai. 무슨 일일까? 이야기속 주인공의 목소리에 약간의 공허감이 맴돈다. 아니 공허감이라기 보다는 아득함이다. 저 멀리 손이 닿지 않는 곳을 향한 간절함이 묻어나는 그런 느낌이다. 하지만, 절망적인 체념이라기 보다는 여전히 꿈꾸고 갈망하는 감정 속에서의 아득함이다. 결말에서 '노랜 아직 끝나지 않았어' 라고 말하는 주인공.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유행가?  기타와 베이스만으로 시작하는 도입부가 상당히 유머러스하다. 어깨를 들썩이게도 하고, 손을 책상 위에서 까닥 거리게도 한다. 흥에 겨운 멜로디와 리듬은 역시나 밤을 노래하고 있다. 특히 아주 화려하진 않지만, 개성있는 보컬의 스캣 또한 예기치 못한 즐거움이다.

espere me. 나에겐 꿈이 있으니까! 주인공은 그 꿈 때문에 행복하다. 거위의 꿈의 또 다른 버전? 절망적인 현실과 주변의 비아냥 속에서도 주인공은 꿈 하나로 버틸 수 있고, 행복하다. 참 성격 좋고 낙천적인 누군가다. 특히 소화하기 어려웠음직한 저음역대를 무난히 소화하는 여성보컬의 음색이 매력적이다.

 

 

밤이 좋아. 마지막이다. 여태껏 여성의 보컬로만 들어왔던 노래 속에서 남성 보컬이 등장했다. 그리고, 여성 보컬 등장. 분명 다른 음색을 가진 목소리인데도 둘의 목소리는 상당히 잘 어울린다. 특히 '오 오 오 오 멋진 밤'에서 뒤에 등장하는 여성 보컬의 여운있는 목소리는 계속 귓가에 아른거릴 정도다. 이 마지막에서는 모든 멤버들이 다 등장하는 것 같다. 곡 후반부에 다른 멤버들이 가세하면서 마지막을 상당히 풋풋하게 정리했다. 이런 감성이 요즘에도 존재하다니!!

상당히 짧은 시간이었다. 총 여섯 곡을 담은 바이루피타의 2집은 고작 30분 정도에 불과했다. 그래서인지 약간은 아쉽고, 뭔가 더 기대하게 된다. 어찌됐건 이 만큼 담는 것이 최선이었다면 받아들일 수 밖에..

바이루피타의 음악을 놓고서 재즈다 아니다 라고 구분짓기는 상당히 애매할 것 같다. 분명히 여기엔 재즈도 있고, 예전 포크송의 감성도 담겨 있고, 곡에 따라서는 클래식적인 요소도 있다. 그렇다고 크로스오버라고 말하는 것도 우스울 것 같다. 왜냐하면 이들은 이런 여러 소재들을 상당히 자유자재로 다루면서 자신들의 색깔을 입혔기 때문이다. 여기서 장르를 논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음반을 들으면서 마지막에서야 익숙한 듯한 느낌의 원인을 찾았다. 여행스케치.... 이들의 감성이 여기에도 묻어났다. 밤이라는 공통분모 때문이었을까. '별이 진다네' 가 떠오르기도 했고, 유치할 수도 있는 마지막의 혼성합창(?)에서의 풋풋한 감성 또한 그들을 연상케 했다. 어쿠스틱한 사운드와 화려하지 않은 음악들이 어쩌면 그네들과 닮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참 마음에 들었던 것은 오랜만에 진정성이 담긴 음악을 들었다는 것이다. 화려한 기교속에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공갈빵 같은 현실과 음악들 속에서 간만에 짙은 감성이 배어있는 음악을 만난 것 같다. 밤이라는 소재 아래 일관되게 전개시킨 이야기도 흥미롭고, 자극적이지 않은 어쿠스틱한 사운드도 탁월하다. 여기에 어설픈 기교 따위는 애당초 생각 밖이었던 것 같고, 차분하게 자신들만의 음악을 한 것 같아 듣는 사람도 기분이 좋아진다. 현실과의 타협이 여기에는 없다. 먹고나서 입 안이 텁텁해지는 음식들이 참 많은데, 바이루피타의 음악은 입 안을 개운하게 만드는 상큼한 과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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