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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델: 리코더 소나타 - 에릭 보스그라프 본문

리뷰/리코더 & 고음악 음반

헨델: 리코더 소나타 - 에릭 보스그라프

브뤼헨 (황금빛모서리) 2010. 11. 16. 17:10



HANDEL - THE RECORDER SONATAS

Erik Bosgraaf, recorder  l  Francesco Corti, harpsichord
Brilliant  l  93792


최근 에릭 보스그라프의 신보들이 빠르게 등장하고 있다. 판 에이크를 시작으로 리코더의 주요 레퍼토리들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는 그에게 이젠 '개성파 연주자' 라는 수식어까지 심심찮게 붙곤 한다. 개성파라곤 하지만, 그 동안 우리가 만나왔던 모리스 스테거나 도로테 오베를링어의 스타일과는 또 다른 성향을 이 연주가는 지니고 있다. 지금까지의 행보만으로 섣불리 판단하기는 그렇지만, 그의 연주에는 단순히 기량만을 앞세우는 요소 보다는 작품 자체를 여러번 곱씹어서 '자기화' 한 흔적이 유독 도드라지게 보인다. 바로크 음악은 연주자에게 상당한 권한을 부여한 만큼 보스그라프는 당대의 작품들을 충분히 당대의 시대상에 맞게 연구하면서, 동시에 연주가로서의 입장표명도 분명하게 하고 있다. 아주 단순한 장식음에서부터 화려한 기교적인 테크닉에서까지 억지스런 표현은 그에게서 찾아볼 수 없다.

헨델의 리코더 소나타는 Op.1 에 수록된 여섯개의 소나타를 지칭한다. 이 작품들은 대부분 헨델이 영국으로 귀화한 시기의 1724-1726년에 쓰여진 작품이다. 텔레만과 더불어 리코더를 위한 솔로 소나타를 남긴 헨델은 이 작품들에서 상당히 드라마틱한 요소들을 가미했다. 아마도 1700년대 초기에 헨델이 이탈리아에 머물면서 받은 영향과 이후의 그의 오페라 작업에 따른 작용이 아닐까 싶다. 그 때문에 그의 작품에는 강렬함 못지 않게 말랑말랑한 감성이 작품 전반에 깔려있다. 리코더가 바로크 시대를 맞아서 독주악기로 급부상하긴 했지만, 그 이전에 성악의 보조수단이었던 과거는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했고, 덕분에 리코더의 아티큘레이션이나 장식음 또한 성악의 것을 따르고 있었다. 결국 이 작품을 연주하기 위해서는 리코더로 노래를 해야 하는 것이다. 에릭 보스그라프가 중점을  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그는 헨델의 소나타를 연주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장식음을 구사하면서도 그 밑바탕에는 '노래' 부르는 것을 기본으로 삼았다.

특이할만한 것은 일반적인 녹음의 피치인 a'=415 Hz 보다 조금 낮은 a'=406 Hz 를 채택했다는 것이다. 분명 헨델을 비롯한 당대에는 일반적으로 a'=415Hz 를 사용했지만, 같은 시기더라도 지역이나 곡의 성격에 따라 다양한 피치를 선택해서 연주하기도 했다. 때문에 바로크시대에는 앞서 언급한 피치 외에도 a'=392Hz나, 심지어 베네치아에서는 현대의 피치에 가까운 440Hz을 사용하기도 했다. 보스그라프가 채택한 피치는 헤이마켓 시어터에서 공연한 오페라의 피치와 같다. 그는 당대의 연주가들이 악기주문시 요청한 편지서문을 또한 근거로 삼아서 다소 낮은 피치를 선택했고, 효과는 성공적이다. 기존의 음반들의 녹음보다 더 낮은 음고로 연주되는 헨델 리코더 소나타는 더욱 풍성하고 고상한 음향으로 가득하다. 보스그라프는 앞서 녹음했던 텔레만 환타지아나 판 에이크에 비해 다소 누그러뜨린 차분한 어조로 노래했다. 봅 판 아스페른을 사사한 프란체스코 코르티의 하프시코드는 독자적인 콘티누오 노선을 구사하면서도 앞서가거나 뒤쳐지는 일 없이 리코더와 절묘한 조화를 이뤘다.

최근 발매되는 헨델 리코더 소나타는 리코더와 바소 콘티누오를 위한 버전으로 많이 녹음되곤 하는데, 보스그라프는 영국의 출판업자인 존 월시가 처음 출판한 리코더와 하프시코드를 위한 버전으로 녹음했다. 이처럼 단촐한 구성은 다양한 콘티누오와 함께 한 연주보다 다채로움이나 풍성함이 떨어질 수도 있는데, 이 젊은 두 연주자는 이 버전으로 무척이나 맛깔스럽게 표현해서 나름의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한 트라베르소 플루트를 위해 쓰여진 HWV 369와 HWV 367a 두 곡은 d조의 보이스 플루트를 사용해서 당시에 트라베르소 플루트의 레퍼토리를 리코더가 그대로 사용 가능했었던 실례를 보여준 것은 연주자의 세심한 배려라고 보여진다.            



연주자

Erik Bosgraaf, recorder 
Francesco Corti, harpsichord



사용악기

Alto recorder in F by Fred Morgan, after Thomas Stanesby Sr.
Alto recorder in F by Fumitaka Saito, after Peter Bressan
Voice flute in D by Fred Morgan, after Peter Bressan
Sopranino recorder in F by Friedrich von Huene, after Johann Christoph Denner

Harpsichord by David Ley, after 17th-century French models
(Thuning: Modified 1/6 Comma mean-tone, a'=406 Hz)


수록곡

George Frideic Handel (1685-1759)
The Recorder Sonatas

01-05  Sonata in C major, HWV 365
06-12  Sonata in B minor, HWV 367a
13-16  Sonata in G minor, HWV 360

17-19  Sonata in B-flat major, HWV 377
20-23  Sonata in A minor, HWV 362
24-27  Sonata in D major, HWV 369

28-30  Sonata in F major, HWV 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