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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 플루트 소나타 - 위고 레인 본문

리뷰/리코더 & 고음악 음반

바흐: 플루트 소나타 - 위고 레인

브뤼헨 (황금빛모서리) 2010. 12. 6. 17:02


Johann Sebastian Bach - Sonates pour flûte

Hugo Reyne, flûte  l  Pierre Hantaï, clavecin  l  Emmanuelle Guigues, viole de gambe
MIRARE  l  MIR 038


위고 레인은 참 따스한 연주가일 것 같다. 그의 연주를 들어보면 엄격함 보다는 따스하고, 사랑스러운 느낌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구하기 어려워진 그의 헨델(Harmonia mundi)을 듣고 있노라면, 이 작품에서 이런 여유와 포근함과 상냥함이 가득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18세기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프란스 브뤼헨과 같은 수순을 밟는 듯 했던 레인은 브뤼헨과는 달리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면서도 간간히 리코더 음반 녹음을 양념처럼 곁들이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사랑스런 연주가의 신보는 늘 설레임으로 가득해진다. 미라레(Mirare)에서 선보이는 바흐의 플루트 소나타는 2006년과 2007년의 녹음이 2009년에 선보인 것이다. 그와 오랫동안 작업했던 친구이자 동료인 피에르 앙타이가 이번에도 함께 했고, 감바에는 엠마누엘 기그가 함께 했다.

바흐의 플루트 소나타는 원래 바흐가 트라베르소 플루트를 위해 작곡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보통 두 개의 그룹으로 나뉜다. 하나는 오블리가토 하프시코드와 함께 하는 그룹(BWV 1030~2), 다른 하나는 콘티누오와 함께 하는 그룹(BWV 1033~5)이다. 당대의 관습대로 이 작품 또한 다른 악기로 바꾸어 연주가 되곤 하기에 리코더로 녹음된 음반도 제법 되는 편이다. 최근 접할 수 있는 녹음으로는 미하엘 포름(Raum Klang)과 도로테 오베를링어(Raum Klang)의 것이 대표적인데, 위고 레인의 녹음으로 애호가들의 선택의 폭은 한층 넓어졌다. 이번 음반의 특징이라면, 기존의 작품들에 당대의 기록들과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변화를 주었다는 것이다. BWV 1033의 미뉴에트 1과 BWV 1030b에서 하프시코드 콘체르탄트와 함께 하는 부분, 그리고 류트를 위한 BWV 997을 리코더와 하프시코드 편곡버전으로 연주한 것은 신선한 시도라고 본다. 특히, BWV 997의 푸가에서 리코더와 하프시코드의 대위법적인 전개는 류트 한 대에서 느끼기 어려운 효과를 들려준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많이 연주되는 BWV 1030이 아니라 g단조의 BWV 1030b를 선택해서 테너 리코더로 연주한 것은 특이한 부분이다. 이 작품에서 위고 레인은 오테테르의 복제모델을 사용했는데, 3옥타브에 가까운 이 모델이 당대에 트라베르소 플루트와 동일 선상에 있었던 보이스 플루트와 더불어 같은 용도로 사용되었을 것이라는 주장을 암시하는 것 같다.
 
피에르 앙타이와는 같은 레퍼토리로 오랫동안 연주를 해서일까. 위고 레인과 앙타이의 조화는 흠 잡을 데 없이 깔끔하고, 완벽한 앙상블 자체를 보여준다. 그와 더불어 살랑이는 기그의 감바 또한 자연스레 스며들면서 부담없는 충실한 연주를 들려준다. 레인만의 독특함이 돋보이는 투명한 음색은 BWV 1033의 안단테 같은 악장에서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아름다움을 표출한다. 과하지 않은 비브라토는 호소력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오고, 복잡하고 화려하지 않은 기본적인 장식음은 우리가 알고 있던 바흐를 떠올리게 한다. 그 가운데서 다이내믹을 살려내는 연주자의 기량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위고 레인은 최근 그의 오케스트라 '라 심포니 뒤 마레'와 함께 기악작품들 못지 않게 다양한 바로크 시대의 오페라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의 연주에서 상당히 드라마틱한 요소들이 엿보이는 것 같다. 리코더가 단순한 선율을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바로 그것이다.          

 

연주자

Hugo Reyne, flûte (recorder) 
Pierre Hantaï, clavecin  
Emmanuelle Guigues, viole de gambe


사용악기

Recorder by Ernst Meyer, after Denner
                    Tim Cranmore, after Stanesby Junior
                    Frederick Morgan, after Bressan
                    Jean-Francois Beaudin, after Stanesby Junior
Harpsichord by Philippe Humeau, franco-allemand model
Viola da gamba by Judith Kraft, after Colichon (Paris)


수록곡

01-04  Sonate en sol mineur, BWV 1034
05-08  Sonate en fa majeur, BWV 1033
            1. Andante-Presto

09-12  Suite en re mineur, BWV 997
            1. Prelude


13-16  Sonate en fa majeur, BWV 1035
17-19  Sonate en sol mineur, BWV 1030b
           2. Largo e Dolce [Sicilia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