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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order & Life Story

콩코르디 무지치 - 콩코르디 무지치 [권민석] 본문

리뷰/리코더 & 고음악 음반

콩코르디 무지치 - 콩코르디 무지치 [권민석]

브뤼헨 2010. 12. 11. 12:37



Concordi Musici


Concordi Musici
Audio Guy  l  AGCD 0022



드디어 콩코르디 무지치의 음반이 나왔다. 2009년 가을 캐나다의 몬트리올에서 열린 국제 리코더 콩쿠르에서 우승한 권민석군의 화려한 데뷔음반이다. 올 해(2010년) 4~5월경에 발매 예정이었지만, 애호가들은 반 년이나 더 이 음반을 애타게 기다려야 했다. 어찌됐건 베일을 벗은 이 음반의 내용은 어떨까? 이탈리아 바로크의 대표적인 작곡가 비발디와 만치니, 스카를라티를 담은 콩코르디 무지치의 음반은 바로크시대에 생동감을 더한 이탈리아 작곡가들의 숨결을 담고자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그렇다고 요즘 유행처럼 번진 투쟁하는 듯한 격렬함만으로 그럴듯하게 포장한 녹음은 절대 아니다. 첫 곡인 비발디의 협주곡 G단조 '밤'에서부터 이들은 그런 속성을 배제한 것처럼 보인다. 어쩌면 이 작품에서 격렬함의 최고조를 선보인(그렇다고, 그런 스타일의 연주를 폄하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일 지아르디노 아르모니코 같은 스타일을 청중들은 원했는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분명 첫 발부터 약간 답답함을 느끼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런 면에서 이 젊은 리코더 연주자는 혈기만으로 가득하지 않다는, 나름대로의 음악적인 주관을 갖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권민석군과 콩코르디 무지치는 이 작품의 대미랄 수 있는 마지막 악장에서의 격렬한 폭풍우 같은 느낌도 연출하지만, 그 이전 과정의 묘사에도 상당히 세심하게 신경을 쓴 것 같다. 때문에 이후의 장면들에서 다이내믹의 대조는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 부분은 콘라드 슈타인만(Claves)의 연주와도 엇비슷한 면이 있지 않나 싶다.

비발디의 협주곡이 주를 이루고 있으면서도 만치니와 스카를라티와도 적절한 연결구도를 보여주는 것은 레퍼토리의 선택의 영향도 있지 않을까 싶다. 비발디의 협주곡이야 악기를 떠나서 대부분 다채롭고, 화려하고, 비루투오즘이 가득하기 마련인데, 수록된 작품 중에서 첫 곡인 RV 104를 제외하고는 강렬함이 돋보이는 성향 보다는 앙상블의 조화가 드러나는 작품들로 채워져 있다. 때문에 협주곡이면서도 개인의 성량만을 한껏 펼치기 보다는 다른 악기들과의 대화에 상당한 역점을 두었다. 그래서 RV 100이나 RV 92 에서는 협주곡이라기 보다는 콰르텟이나 트리오 같은 인상을 준다. 당대에 베네치아의 영향을 받은 텔레만 등이 콰르텟에 협주곡의 양식을 가미해서 남긴 작품들과도 비슷한 느낌이다. 음반에서 리코더를 비롯한 독주악기들의 안정적이고, 풍부하고 다채로운 표정도 훌륭하지만, 콘티누오 파트의 균형감각과 과하지 않은 목소리와 독주군을 위한 안정적인 지원도 탁월하다. 가장 묵묵하게 헌신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은 강지연의 첼로는 눈에 띄진 않지만, 인상적인 대목이다. 몇몇 장면에서는 개인적인 목소리를 더 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지만, 그 자체로도 훌륭하다. 또한, 이 음반에서 바순과 테오르보의 역할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바순은 그 존재만으로도 음악 전반에 목가적인 색채감을 한껏 부여했다. 특히 RV 100의 두 번째 악장 라르고의 도입부는 이 악기 외에 어떤 다른 악기도 이 부분을 대체할 수는 없을거라는 확신을 심어준다.

비발디 협주곡에서 류트는 빼놓을 수 없는 양념이 아닐까 싶다. 바로크 기타와 테오르보를 번갈아 연주한 크리스티안 구티에레즈는 이 소편성의 앙상블에 활기를 더했다. 특히 그의 기타 협주곡 솔로는 바로크 기타 특유의 질감을 잘 살린 명연이 아닐까 싶다. 하프시코드는 또한 어떤가. 일전에 들은 얘기로 톤 코프만의 제자인 에도아르도 발로츠는 그의 스승으로부터 무상으로 이 악기를 빌렸다고 한다. 코프만의 넉넉한 인품과 함께 그로부터 인정받은 제자이기에 가능한 부분이 아니었을까 싶다. 덕분에 코프만의 녹음에서 종종 들을 수 있었던 1975년 제작된 빌렘 크루스베르헌이 제작한 바르톨로메우스 스테파니니 모델의 하프시코드 음색을 이 음반에서 귀하게 만날 수 있다. 발로츠는 강렬한 임팩트 보다는 첼로와 더불어 전체적인 균형을 잡는 정도였던 것 같다. 실제 녹음된 공간에서는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음반에서는 독주 악기군을 좀 더 부각시키려는 의도에서였는지 실제 보다는 콘티누오 파트의 음량이 축소되지 않았나 추측도 해 본다. 어찌됐건 콩코르디 무지치는 큰 편성의 오케스트라가 아닌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소편성 만으로 비발디의 협주곡들을 연주했고, 기존의 큰 편성의 오케스트라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간결함과 파트간의 독립적인 성향을 만나볼 수 있다. 최근 조슈아 리프킨의 학설과 더불어 성악파트, 특히 바흐의 칸타타를 비롯한 종교곡에서는 최근 활발하게 소편성의 연주가 각광받고 있는데, 콩코르디 무지치의 연주에서도 그런 장점이 확실하게 드러난다. 소규모의 바로크 앙상블이라 하더라도 최소 7~15명 이상은 되는데, 이 경우 실제 공연장에서의 리코더와의 협연시에는 음반에서 들리는 음향을 기대할 수 없다. 콘체르토에서조차 리코더의 음색은 합주군의 음량에 묻혀 버리고, 그나마 소프라니노 리코더 정도에서나 그 존재감을 찾을 수 있는 정도다. 그러기에 이들의 연주는 전체적인 밸런스에서도 더 설득력 있게 와닿는다.

이제 베네치아에서 나폴리로 옮겨간다. 비발디에 비하면 만치니나 스카를라티는 인기도 면에서는 떨어지겠지만, 나폴리를 중심으로 활약한 작곡가들 중에서는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특히 만치니는 리코더를 위한 독주 소나타도 제법 남겼고, 오늘날에도 적지 않게 연주되곤 한다. 그의 소나타 A단조는 그의 작품 중에서도 상당히 인기있는 작품임에도 음반으로는 많이 접하기 어려웠던 곡이기도 하다. 여기에서도 리코더와 바순의 대화는 목관 특유의 포근함을 더하고 있다. 스카를라티의 소나타는 화끈하진 않지만, 화려함과 섬세함을 고루 겸비한 작품이다. 전반부의 비발디의 두 개 협주곡이 소나타 같은 협주곡이었다면, 스카를라티의 소나타는 협주곡 같은 소나타다. 게다가 다양한 양식과 전개를 통해 스카를라티는 여러가지의 모습을 이 한 곡에서 보여준다. 리코더의 풍부한 호흡과 색채감은 이 작품에서도 빛을 발하지만, 이상하게도 두 대의 바이올린은 특별하게 흠 잡을 데가 있는 것도 아닌데 듣는 내내 편하지만은 않은 느낌을 준다. 뭔가 2% 부족하다는 느낌..두 대의 바이올린의 미묘한 부조화(?) 같은 것이 있어서인지, 그다지 안정적인 느낌은 주지 않는다. 그래도 전체 그림을 봤을 때는 무난한 편이다. 

이제 리코더 연주자로서 첫 발을 내딛는 권민석군에게 무엇을 기대해야 할까. 오늘날 우리가 유럽 리그에서 활약하는 박지성이나 이청용을 보면서 울고 웃듯이, 리코더 애호가들은 권민석이라는 이름을 놓고 그와 같이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지나친 관심과 들쭉날쭉한 무분별한 언행들은 우리의 축구선수들에게도 독이 되듯이 여기에서 또한 마찬가지겠다. 그는 물론, 지금도 한국의 대표적인 리코더 연주자이지만, 우리는 그의 개인적인 부분 또한 존중해줘야 할 것이다. 이 말은 한국 고음악계에 안겨진 수 많은 과제와 짐을 그에게 안겨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국수주의적인 시각에서 벗어나서 '한국의 리코더 연주자'라는 인식 보다는 전 세계의 수 많은 리코더 연주자 중의 한 사람으로 그를 대하는 것이 한 젊은 연주자의 성장에 더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연주자


Concordi Musici
- Leonard Minsuk Kwon,
recorder 
- Rebecca Huber & Tomasz Plusa, 
violin
- Ji Yun Kang, cello
- Josep Casadella, bassoon
- Cristian Gutierrez, guitar & theorbo
- Edoardo Valorz, harpsichord


사용악기

Alto Recorder in F by Fumitaka Saito, after Staneby Jr., Amsterdam, 2004
Alto Recorder in G by Fumitaka Saito, after Rippert, Amsterdam, 2010
Violin by Matthieu J.R, Besseling, Amsterdam, 2003
Violin by Paul Collins, after Guarneri, Chadenac, 2004
Cello by Jacobus Staininger, Aschaffenburg, 1800
Bassoon by Pau Orriols, after Weitfeld, Barcelona, 2009
Guitar by Julio Castanos, after Pages, Malaga, 2006
Theorbo by Francisco Hervas, after Koch, Granada, 2007
Harpsichord by Willem Kroesbergen, after Bartholomaeus Stephanini, 1694, Utrech, 1975



수록곡

01-05  A. Vivaldi: Concerto "La Notte" in G minor, RV 104 for Recorder, 2 Violins and Basso Continuo
           5. Allegro


06-08 A. Vivaldi: Concerto in D major, RV 93 for Guitar, 2 Violins and Basso Continuo
09-11 A. Vivaldi: Concerto in F major, RV 100 for Recorder, Violin, Bassoon and Basso Continuo
         2. Largo

12-14 A. Vivaldi: Concerto in D major, RV 92 for Recorder, Violin and Basso Continuo
15-19 Francesco Mancini: Sonata No. 4 in A minor for Recorder and Basso Continuo
20-24 Alessandro Scarlatti: Sonata No. 9 in A minor for Recorder, 2 Violins and Basso Continuo 
          3. Fuga

2 Comments
  • 프로필사진 군자역 2012.04.22 00:54 ㅎㅎㅎ 콩코르디 무지치의 실황연주 같이 들었던 때가 생각나네요~
    제가 음반 지르고 막 싸인도 받았더랬죠~... 캬 정말 좋아요 좋아...
    특히 La Notte와 RV 93(류트곡인데 바로크 기타로 치시공 말이야...)은 맘에 쏙들어요.

    요새 2집 나왔던데요???
    근데 2집 레파토리가 대부분 그 때 실황연주때 연주했던거랑 겹치던데;;
    2집은... 그냥 실황연주 들었던 걸로 만족할까 봐요ㅎㅎㅎ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s://www.recordermusic.net BlogIcon 브뤼헨 2012.04.22 19:31 신고 2집 녹음할 때가 그때 내한해서 공연할 때쯤이야..
    한국에서 녹음한 건데, 2집 앨범과 같은 레퍼토리로 공연한 셈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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