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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세트 테잎에 관한 "추억"

브뤼헨 (황금빛모서리) 2010. 10. 13. 11:30

Tape...지금은 CD에 밀려 음반매장 클래식 코너 한쪽 구석에, 그것도 아주 조금 자리잡고 있는 것들이 10년전만 해도 적잖은 진열장의 자리를 차지했던 시절이 했었다. 값은 저렴하지만, 오랫동안 여러번 들으면 늘어진다는 큰 단점때문에 CD에 밀려 그 자취를 감춰가지만...이젠 나에게서도 그들은 외면받고 있다. 불쌍한 것들...

예전만 해도 내 책상위에 메이저 급으로 자리잡던 녀석들이 이젠 서랍장속에, 서랍을 열어야만 보이는 음지로 쫓겨나 버렸다.

한 십년전...그때도 음반충동구매에 젖어있던 때..
그때는 CD한 장 살 돈이면 차라리 테잎 3장을 산다!! 는 논리로 지금의 녀석들을 모아들였었다. 점심 몇 차례 굶으면 테잎 한장 산다는 욕심에 밥도 굶었던 시절...그런데, 이젠 한달에 한번 들을까 말까 하니...상태가 안 좋은 애들도 있지만, 그래도 80%는 건강이 양호한 상태인데...그래도, 가끔은 카세트 데크에 테잎을 넣어 플레이를 돌릴 때가 있다. CD에 없는 타이틀이기 때문일 때도 있지만, 가끔은 추억에 젖고 싶을 때, 난 낡은 테잎 케이스를 꺼낸다.

10년, 아니 정확히 11년 전쯤일까...고등학교때, 학교에서도 인정해주지 않는 리코더 동아리에서 친구들과 리코더를 불었던 시절, 고3이 되기전 한 친구가 집에서 큰 카세트를 학교로 갖고와서 기념비적인 녹음을 했다. 어설픈 연주...하지만, 열정만큼은 누구 못지 않았던 친구들. 그 열정을 한 친구가 녹음, 편집, 제작해서 한장씩 나눠줬다. 지금은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20%에 속하는 녀석이 되었지만, 내겐 10CD 부럽지 않은 '친구'다. 가끔 그를 대할 때면, 그 때 그 시절이 떠올라 가슴이 뛰기도 한다. 마지막 트랙에서 친구가 빌리조엘의 "피아노맨"을 배경음악 삼아 친구들 한명, 한명의 이름을 낭독할 때면 마치 연주회장에서 기립박수 받는 그런 기분에 휩싸이기도 한다.

테잎...이들이 언제까지 존재할까...그건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왠만한 오디오에는 카세트 데크가 같이 딸려 나오는 걸로 봐서는 당장 사라지진 않을 것 같다. CD, MP3,  MD같은 애들한테는 상대적으로 열세이겠지만...적어도 나같이 추억을 담고 있는 테잎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존재하지 않을까. 오늘은 그동안 외면해왔던 녀석들 중 가장 멀리했던 녀석을 골라 A면에서 B면까지 틀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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