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rder & Life Story

쟝 밥티스트 루이에: 리코더 소나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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쟝 밥티스트 루이에: 리코더 소나타

브뤼헨 (황금빛모서리) 2011. 10. 31. 18:39

 


Jean Baptiste Loeillet de Gant

Recorder Sonatas

Daniel Rothert, recorder
Ketil Haugsand, harpsichord
Vanessa Young, cello

Naxos  l  8.572023  l  2011
 


 
:: Track List

01-05  Sonata in D minor, Op. II/3

06-09  Sonata in G major, Op. I/3
10-14  Sonata in C minor, Op. III/5

15-20  Sonata in C major, Op. I/VI

21-24  Sonata in F minor, Op. IV/2

25-28  Sonata in E flat major, Op. III/7

29-32  
Sonata in A minor, Op. I/1

33-37  
Sonata in E minor, Op. III/12



장 밥티스트 루이에는 음반으로 만나보기는 쉽지 않은 작곡가지만, 적어도 리코더 애호가라고 자칭할 만한 사람들에게는 친숙한 이름일 것 같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리코더에 관심을 갖고 연주를 시작하면서 소나타라는 장르에 입문할 때 많은 이들이 처음 선택하는 곡이 바로 루이에의 a단조 소나타가 아니었던가. 그의 이름에 관해서는 루이에, 뢰이에, 레이에, 로에이유...등등 다양한 발음들이 거론되곤 했지만, 벨기에의 헨트(Ghent, 혹은 겐트) 태생인걸 감안해서 루이에로 부르는게 가장 낫지 않을까 싶다. 벨기에의 북부지방은 네덜란드어, 남부지방은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것을 감안하면 서북부에 위치한 헨트 태생의 루이에는 로에이유 보다는 루이에쪽이 가깝지 않을까. 물론, 그가 대부분의 생을 프랑스에서 보낸 만큼 그를 프랑스식의 로에이유라고 부르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겠다. 적어도 이 음반의 타이틀 처럼 '헨트(Ghent)'가 아닌 '강(Gant)'을 붙인 경우에는 로에이유라고 부르는게 맞을 것도 같다. 

어찌됐건, Op.1~4 까지 각각 12개씩, 총 48개의 리코더를 위한 독주 소나타를 작곡한 경력의 루이에의 작품은 그 명성에 비해 많이 연주되진 않았다. 때문에 소나타로 입문하고자 하는 이들이 참고할 만한 레코딩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와도 같지 않았을까 싶다. 동시대의 유명한 작곡가들에 비해서는 그 인기가 조금 덜했을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당대에 루이에는 리용을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던 음악가였다. 게다가 영국의 대표적인 출판업자인 월시는 그의 독주 작품들 중에서 여섯 곡을 골라서 두 대의 알토 리코더를 위한 듀엣곡으로 출판하기도 했을 만큼 그의 지명도도 나름 높았을 것으로 짐작한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연주가들은 왜 그의 작품들을 연주하는데 있어서 인색할까? 본격적인 리코더 작품을 거의 남기지 않은 바흐의 작품들에는 그렇게도 손을 대면서... 단정지을 순 없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작품의 난이도 때문이 아니었을까 라고 추측해본다. 분명 루이에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아름답고, 서정적이다. 하지만, 작품들 속에서 비르투오즘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연주가들에게 있어서 그들의 기량을 최대한 드러내기 위해서는 나름대로의 테크닉을 필요로 하는 작품들이 인기있게 마련이다. 그래도 리코더의 전설, 프란스 브뤼헨의 경우 그의 에디션 12집에 루이에의 작품을 두 곡이나 넣는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몇 년전 장 밥티스트 루이에와 그의 사촌들의 음악도 일부 수록한 패트릭 데네커의 녹음도 긍정적인 편이다.

이런 배경 때문인지 다니엘 로터트의 이번 신보는 무척이나 반갑다. 욕심 같아서는 전곡 녹음에 도전하면 어땠을까 싶을 정도로 이번 그의 녹음은 상당이 말끔하고 훌륭하다. 로터트는 이미 낙소스에서 수 년전 텔레만의 협주곡과 모음곡 녹음을 남긴 적이 있다. 당시 연주에서도 그는 상당히 안정된 호흡으로 텔레만을 연주했었다. 솔직히 비르투오조적인 성향은 없어 보였지만, 작품의 성격에 충실하다는 느낌은 있었다. 이번 루이에의 경우에도 그런 그의 성향이 반영된 듯 하다. 사실 연주자로서 루이에의 소나타라는 소재로 뭔가 획기적인 평가를 얻기란 쉽지 않다. 이런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그는 헨트의 루이에 작품을 연주했고,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한다. 그간 드물었던 작곡가의 작품을 연주함으로써 애호가들에게 루이에라는 이름을 알린 것이 가장 큰 성과일 것이고, 아마추어 연주가들에게는 교과서와도 같은 연주 스타일을 제시했다는 것이 두 번째에 해당할 것이다. 그의 연주는 스탠다드 중에서도 스탠다드하다. 불필요한 장식음을 남용하지 않고, 가장 기본적이랄 수 있는 단계를 밟아나가는 것 같다. 심지어 반복되는 부분에서조차 큰 차이는 없다. 그래도 이 가운데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점은 호흡을 이용한 비브라토와 간결한 장식음들을 통해 프랑스 바로크 음악의 뉘앙스를 적절하게 살려 주었다다는 것이다. 정확하지만 않지만, 호흡 뿐만 아니라 가운지를 통한 미묘한 비브라토를 만들어내지 않았을까 싶다. 만약에 여기서 기량을 과시한답시고, 손가락 놀리기에 연연했다면 이탈리아식의 프랑스 감성을 맛봐야 했을 것이다. 물론, 이런 효과들은 가장 기본적인 안정된 호흡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콘티누오의 진행도 상당히 매끄럽고, 윤기가 흐른다. 하프시코드와 첼로의 통주저음 또한 가장 기본이 되는 진행을 따르면서 리코더에 보조를 맞추었다. 바로 이런 연주를 절제의 미학이라고 할 수 있을까. 만약 이들이 연주하는 작품이 이탈리아 작곡가들의 생동감 넘치는 작품들이었다면 다른 연주방식을 택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자칫 밋밋할 수도 있는 루이에의 작품속에 프랑스적인 감성을 이입시키면서 충분히 모범적인 연주를 들려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