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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일상

진정한 내공

브뤼헨 (황금빛모서리) 2012. 2. 24. 11:56

가끔 연주회를 통해서건, 음반을 통해서건 음악을 듣다보면 연주자들의 완벽에 가까운 테크닉에 감탄하곤 한다.
그들의 연주는 청중들의 심장을 마구 요동치게 만들고, 끓어오르는 피는 머리 끝까지 치솟는다.
듣는 이들은 연주를 통해서 연주자들로부터 강력한 에너지를 전달받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나, 또는 오디오에서 CD를 꺼내는 순간에 흐뭇함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최근 머릿속과 가슴속에 진한 새겨지는 진한 감동은 그런 연주 보다는
앙상블의 오밀조밀한 연주로부터 오는 것 같다.
이 앙상블이란 둘이 될 수도, 셋이 될 수도, 그 이상이 될 수도 있을텐데
이 가운데서 내 가슴을 저미게 하는 순간은 강하게 자신의 파트를 치고 나오는 때가 아니라
그 파트를 위해 다른 파트가 자신을 과감히 음지로 내려보내는 순간이다.

이런 순간은 특히 트리오 소나타나 작은 규모의 앙상블에서 더욱 돋보이는데,
듣는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강하게 뻗어나오는 연주보다
이렇게 자신을 죽이는 내밀한 연주가 더 큰 실력을 요하지 않을까 싶다.
이런 연주는 앉아있는 내 손가락을 오그라들게 만들고,
그 연주자에게 스스로 경의를 표하게 만든다.

큰 목소리를 내기란 누구나 쉽지만,
과묵하게 필요한 순간에만 목소리를 내는 내공은 절대 쉽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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