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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리뷰] 바흐: B단조 미사 BWV 232 [성 토마스 합창단, FBO, G.F. 빌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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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리뷰] 바흐: B단조 미사 BWV 232 [성 토마스 합창단, FBO, G.F. 빌러]

브뤼헨 (황금빛모서리) 2014. 4. 15. 10:58

 

 

 

 

 

J.S. 바흐 : B단조 미사 BWV 232

레글린트 뷔흘러 (소프라노), 수잔네 크룸비겔 (메조 소프라노), 수잔네 랑그너 (알토),

마르틴 라트케 (테너), 마르쿠스 플라이히 (베이스)

성 토마스 합창단,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

게오르그 프리드리히 빌러 (지휘)

Accentus Music / ACC 20281

 


 

바흐의 B단조 미사는 바흐가 말년에 완성한 작품으로 그의 기술적인 면과 예술성이 집대성된 종교음악의 걸작으로 손꼽힌다. 동시에 수 백 년이 지난 지금도 음악가, 이론가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논의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바흐가 이 작품을 하나의 통일된 작품으로 연주할 목적으로 작곡했는지, 그리고 이 작품이 카톨릭 미사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루터교 미사를 위한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그 대표적인 내용일 것이다.

 

우선 구조적인 면부터 보자면, 이 작품은 다섯 부분으로 구성된 로마 카톨릭 교회의 전통적인 미사의 구조인 <키리에, 글로리아, 크레도, 상투스, 아뉴스 데이> 와는 조금 다른 네 개의 부분 <미사(키리에, 글로리아), 니케아 신경(크레도), 상투스, 오산나-베네딕투스-아뉴스 데이-도나 노비스 파쳄>으로 구성되어 있다. 당시 루터교 교회의 미사에서는 ‘키리에’와 ‘글로리아’만을 미사에 사용하는 것이 관례였던 만큼 외형적인 면에서는 카톨릭 교회의 미사와 비슷한 형태를 지니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카톨릭 전례문과 다른 어구들이 적지 않게 발견되는 등 실제적으로는 루터교 교회를 위한 작품이라는 것에 더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첫 부분에 등장하는 키리에와 글로리아가 포함된 미사는 그 자체가 독립적인 작품으로 1733년 작센 선제후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2세에게 헌정하기 위해 쓴 작품이다. 바흐는 당시 라이프치히 시의회와 대립된 상황에 있었고, 무엇보다도 선제후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었다. 바흐는 당시의 청원으로 3년 후인 1736년에 작센의 궁정 작곡가라는 관직을 얻게 되었다. 후에 바흐는 이 첫 번째 미사를 바탕으로 나머지 부분을 최종적으로 완성했다. B단조 미사 전곡이 완성된 것은 1748년, 혹은 1749년 정도로 보고 있다. 바흐는 1733년에 작곡한 미사 뒤에 2부로 니케아 신경을, 1724년에 작곡했던 상투스를 개작해서 3부에 넣고, 4부에는 오산나, 베네딕투스, 아뉴스 데이, 도나 노비스 파쳄을 추가해서 대곡을 완성했다.

 

오늘날에야 이 대곡이 한 번에 연주되는 것이 일반적이만, 바흐가 작곡했을 당시에 이 작품을 하나의 작품으로 연주하려고 계획했었는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오히려 당시에는 4부에 해당하는 각각의 작품들이 독립적으로 연주되었던 기록들이 남아 있고, 바흐의 자필보에도 각각의 작품들이 전체를 지칭하는 제목이 아닌 각각의 독립적인 제목을 갖고 있었던 것을 발견할 수 있다. ‘B단조 미사’라는 제목도 바흐에 의해서 붙여진 것이 아니라 19세기에 이르러서야 붙여진 제목이다. 그럼에도 마지막 27곡 도나 노비스 파쳄을 보면 바흐가 이 작품을 하나의 완전한 작품으로 의도했다고 확신할 수 있다. 바흐는 마지막 이 곡에서 1부 미사의 일곱 번째 곡인 ‘그라치아스’를 거의 그대로 사용하면서 이런 자신의 의지를 간접적으로 전달해주었다.

 

총 27곡의 B단조 미사는 상당히 많은 곡들이 개작에 의해서 쓰여진 작품이다. 오늘날 밝혀진 바로는 최소한 8곡이 개작이라는 것이 지배적이지만, 그 이외의 대부분의 곡들도 개작이라는 주장도 많다. 원곡은 바흐 이전의 초기 작품들과 바흐 자신의 칸타타 등인데, 당시에 다른 작품들을 개작해서 작업하는 것은 오늘날의 표절과는 다른 개념의 것이었다. 오히려 원곡을 새롭고 재구성한 작품들은 당대에도 높이 평가받곤 했다.

 

 

 

 

2013년 6월 라이프치히 바흐 페스티벌에서 크리스토프 빌러가 이끄는 성 토마스 합창단의 바흐 B단조 미사 공연실황이 DVD로 발매되었다. 이번에는 게반트 하우스 오케스트라가 아닌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추었고, 역시 성 토마스 교회에서 공연을 가졌다. 이미 여러 차례 B단조 미사를 연주해왔던 성 토마스 합창단이지만, 시대악기와의 연주는 기존의 연주에 비해 세밀함을 더한 결과를 보여 주었다. 대규모 합창에서는 세 대의 바로크 트럼펫의 효과가 모던 악기와의 큰 차별성을 보여 주었고, 솔리스트들과의 작은 앙상블에서의 콘티누오와 오블리가토 악기들은 고악기 특유의 섬세함과 질감을 살려 주었다. 프라이부르크 오케스트라와 상당히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 왔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두 단체의 호흡은 상당히 훌륭했다.

 

반면 솔리스트들은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지만, 기대 이상의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레글린트 뷔흘러는 1부 미사에서 메조 소프라노와 테너와 함께 부른 이중창에서 다소 불안한 음정과 불안정한 음색을 들려주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안정을 찾는 모습이었지만, 약간의 아쉬운 대목이었다. 이 작품에서 청중들의 많은 기대를 모으는 곡 중의 하나가 후반부의 아뉴스 데이일텐데, 수잔네 랑그너는 안정적이고 여유있는 톤으로 노래했지만, 곡 자체의 분위기에는 조금 못 미쳤던 것 같다. 오히려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의 독주자들은 그런 아쉬움의 공백을 탁월한 연주로 적절하게 메꾸었다. 성 토마스 합창단의 연주는 언제나 그렇듯이 만족스러웠고, 특히 빌러의 지휘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정교함을 잃지 않았다. 소년 합창단의 음색이 성인 합창단에 비해 묵직함은 덜하지만, 순수한 음색은 마지막 곡 도나 노비스 파쳄 같은 곡에서 마지막 여운을 끌어내기에 충분했다. 드물게도 이 영상물은 한글 자막까지 수록되어 있어 국내 애호가들에게 큰 관심을 모을 것 같다.

 

 

박광준 (goldedge@hanmail.net)

AppZine Classic 2014년 4월 31호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