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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같.음

소.음.같.음. 3. 팔라디안 앙상블의 바흐 트리오 소나타

브뤼헨 (황금빛모서리) 2016. 5. 31. 18:46

 

 

 

 

지금은 해체된 앙상블이지만, 한 때 정말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하는 앙상블인 팔라디안 앙상블. 이들의 연주에 호감을 갖고 본격적으로 듣기 시작하게 된 계기가 바로 바흐의 트리오 소나타 음반을 들으면서부터였습니다. 지금은 각자 독주자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파멜라 소비와 레이첼 포저의 풋풋했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음반이기도 하죠. 개인적으로는 팔라디안 앙상블의 전성기는 위의 멤버들로 구성되었을 때가 아니었나 싶고, 그래서인지 지금 그들의 부재는 더 아쉽게 느껴집니다.


본래 바흐의 트리오 소나타 BWV 525-530 의 작품들은 오르간을 위한 작품이지만, 바흐의 많은 작품들이 그렇듯이 이 작품도 다른 악기들로 편곡 연주되곤 합니다. '트리오' 라는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세 개의 악기 파트로 구성되었습다. 때문에 여러 연주자들은 이 작품을 연주할 때 선율 악기 두 대와 바소 콘티누오로 편성해 연주하곤 합니다. 팔라디안 앙상블은 윗성부를 바이올린과 리코더, 그리고 콘티누오 파트를 류트(혹은 테오르보)와 비올라 다 감바로 채웠습니다. 


이런 구성의 편곡 연주가 오늘날 여럿 있지만, 그 중에서도 팔라디안 앙상블 연주를 꼽고 싶은 이유는 어떤 연주 보다도 따뜻한 감성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상당히 오밀조밀하게 정교하면서도 차갑지 않고, 따뜻한 연주는 숨겨진 감성을 자극합니다. 무엇보다도 베이스 파트를 담당하는 두 악기의 특성이 전체적인 음악을 더 목가적으로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어떤 연주에서건 단골로 들어가는 하프시코드가 없는 콘티누오 구성임에도 전혀 빈 공간이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자극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편안하게 다가오는 연주입니다.


팔라디안 앙상블은 이 음반에 바흐의 트리오 소나타 6곡 중 4곡(BWV 525, 527, 529, 530)과 두 곡의 듀엣, 그리고 골드베르크 캐논을 담았습니다. 후에 레이첼 포저가 팀을 떠나면서 로돌포 리히터와 함께 나머지 BWV 526, 528과 코랄들을 담은 비슷한 음반을 남기긴 했지만, 전작과의 느낌에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여기서 연주의 수준을 논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고, 앞서 언급했던 따뜻한 감성의 차이 정도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네 곡의 소나타와 듀엣이 끝나면 마지막으로 디저트 같은 골드베르크 캐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또한 건반 작품을 편곡한 것인데, 이토록 훌륭한 편곡 버전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오히려 메인 식사보다 더 멋진 디저트 느낌이랄까... 솔직히 이 곡 때문에 이 음반을 다른 연주보다 더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럼, 14개의 골드베르크 캐논을 전해드리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