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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같.음

소.음.같.음. 2. 카세트 테이프 속 연주자, 프란스 브뤼헨

브뤼헨 (황금빛모서리) 2016. 1. 22. 12:23

 

 

 

나름 야심차게 시작하려고 시작했던 '소.음.같.음' 시리즈... 1년만에 깊은 반성과 함께 새 글을 올려 봅니다. 그리고, 더불어 이 시리즈에서 만큼은 딱딱하지 않은 어투로 소개하듯이 쓸까 합니다. 마치 잘 아는 누군가에게 소개하듯이 말이죠.

 

이번에 소개할 음반은 프란스 브뤼헨의 코렐리 소나타집입니다. 이 음반은 약 20년 전 카세트 테이프로 처음 만났었지요. 당시 자켓 이미지는 제온(Seon)의 고풍스런 이미지가 아닌 쌍꺼풀이 뚜렷한 젊은 리코더 연주자의 사진이었습니다. 그때 처음 프란스 브뤼헨이라는 연주자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클래식이나 기타 장르의 음반들이 테이프로 꽤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서서히 CD라는 매체를 통해 발매되곤 했었지만, 배고픈 애호가에겐 역시 CD의 반값도 안 되는 테이프가 적격이었지요.

 

당시 이 음반을 들을 때만 해도 코렐리의 바이올린 소나타에 대해선 무지했습니다. 코렐리가 리코더를 위한 독주 소나타도 남긴 줄 알았지요. ^^ 나중에서야 코렐리의 그 유명한 12곡의 바이올린 독주 소나타를 당시 영국의 유명한 출판업자였던 존 월시(Jhon Walsh)가 알토 리코더를 위해 편곡, 출판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브뤼헨은 이 중 7~12번 녹음을 남겼습니다. 이 음반의 압권은 무엇보다도 마지막 12번째 작품에 해당하는 '라 폴리아' 일 겁니다. 바이올린의 격렬함 못지 않게 거침없이 뻗어 나가는 브뤼헨의 연주에는 막힌 곳을 속 시원하게 뚫어주는 뭔가가 있습니다.

 

오늘날에야 코렐리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리코더로 연주한 음반들이 수두룩 하지만, 브뤼헨이 이 녹음을 가졌을 때만 해도 리코더로서는 다소 낯선 레퍼토리였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음반을 포함한 브뤼헨의 연주들은 하나같이 강한 확신에 찬 듯한 감흥을 전달해줍니다. 물론, 단짝 친구들(?)인 구스타프 레온하르트와 안너 빌스마의 든든한 지원도 한 몫 했을 것입니다. 특히 라 폴리아에서 부글부글 끓어 오르는 콘티누오의 전개는 듣는 이들을 더 흥분의 도가니로 몰고 가죠. 

 

안너 빌스마, 구스타프 레온하르트, 프란스 브뤼헨 (좌측부터)

 

문득 함께 전성기를 누렸던 친구들을 떠나 보낸 빌스마의 심정은 어떨지 생각해봅니다. 우리는 2012년 레온하르트를, 2014년 브뤼헨을 떠나보냈죠. 이젠 음반으로만 만날 수 있는 이들의 연주... 척박한 고음악 부흥기에 쏟아낸 그들의 열정에 그저 존경의 박수를 보낼 따름입니다.

 

끝으로 프란스 브뤼헨, 구스타프 레온하르트, 안너 빌스마의 연주로 코렐리의 라 폴리아를 감상해봅니다. 즐거운 감상 되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