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이야기 (71)
Recorder & Life Story
다리가 풀리고, 손은 차갑다. 가슴 속의 화가 가득 치밀어 오르지만, 표출할 수 없는 내 처지에 더 큰 화가 속으로 밀려든다. 처량함이란 이런 것인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스스로 습득할 수 있는... 헛된 자아를 포기한다면 뭐라든 상관없겠지만, 난 아직 그 경지에 오르지 못했으니... ...... 아하! 그래서 사람들은 더...더...더 끌어 안으려만 하는구나.
출근할 때 7호선 내방역에서 회사까지 걸어다닌 것도 몇 년이 되었다. 운동삼아 시작한 게 나름 습관이 되면서 익숙해졌는데,한동안 시간에 쫓기고, 발가락 부상(?)으로 잠시 쉬었다가 얼마전부터 재개했다. 풍경 1 멀리서 보니 한 남매가 손잡고 걸어온다.참 정겨운 모습이다.등교길 동생을 보살피는 오빠의 손길에 애정이 듬뿍 담겨 보였다.그런데, 가까이서 보니 오빠의 얼굴은 심하게 일그러져 있었고, 동생은 걸음을 재촉하는 오빠에게 질질 끌려가고 있었다. 어쩌면 부모님의 동생을 잘 돌보라는 말에 억지로 동생 손을 잡고 걸었는지도 모르겠다.오빠라는, 그리고 첫째라는 의무감이 아이를 억눌렀는지도 모르겠다.순간 우리 아이에게는 어땠나 하는 생각이...당연한 듯 첫째니까, 형아니까 당연시했던 것들이 아이에겐 불합리하게 ..
2010년 겨울엔가 블로거들을 위한 모 캠페인 사이트에 가입했다. 그리고, 이듬해 그 사이트의 커뮤니티 공간인 티타임에서 몇몇 블로거들과 친분을 가지면서 하루하루 티타임에서의 이웃 블로거들과의 수다가 일상이 되었다. 단순히 우스개 소리만을 늘어놓는 공간이 아니라 각자의 삶을 나누는 그런 공간이 바로 티타임이었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람들이지만, 정말 잘 알고 지낸 지기들 같은 느낌의 사람들... 그들과의 만남의 공간이 바로 티타임이었다. 하지만, 티타임이라는 공간에 모인 사람들은 해당 사이트를 이용하고 있는 사람들로, 간혹 캠페인 참여에 있어서 여러가지 애로사항들을 티타임 게시판에 올리기도 했고, 때로는 근거없는 루머들이 떠돌기도 했다. 결국은 운영자가 공지사항에 해당 게시판 운영방침을 올리면서 ..
"기준!!" "양팔 간격 좌우로 나란히!!"" 아직도 초등학교 시절, 정확히 말하면 국민학교 시절을 떠올려보면 이렇게 외치던 선생님의 목청이 귓가에 맴돌곤 한다. 운동장에 어수선하게 서 있던 아이들도 아침조회 시간이나 체육시간에 선생님이 이렇게 한번 외치면 중간 한 아이가 "기준!!" 이라고 외치고, 나머지 아이들은 양 팔을 벌리면서 어느새 사르륵~ 줄을 맞춰 정돈된 대열을 갖췄다. 그 당시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기준에 있던 아이의 역할은 참 대단했던 것 같다. 선생님께서 그냥 줄 맞춰 서라고 했다면 그야말로 난장판이 되었겠지만, 그 아이가 기준이 되면서 그 아이를 중심으로 좌우, 앞뒤의 아이들은 일정한 간격으로 줄을 맞추지 않았던가! 그리고, 한 가지 더... 기준이 된 아이는 움직이면 안 ..
영화를 볼 때 일차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상황은 혼자 볼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과 함께 볼 것인지가 아닐까 싶다. 뭐 막무가내로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선호하는 영화를 강요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일단 여기서는 혼자 본다는 가정하에 나름의 영화를 선택하는 방법을 끄적거려볼까 싶다. 최근 영화를 극장가서 볼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럴만한 시간적인 여유가 별로 없었다. 특히,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면서 부터는 아내와 둘 만의 시간을 갖기가 더 어려워진 탓에 더더욱 힘들었다. 덕분에 영화라는 매체는 DVD나 다른 경로를 통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나에게 있어서 영화란 음악과 상당히 깊은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아마도 여기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것이 20여년 전 라디오 프로그램이 아닐까. '이선영의 영화음..
가끔 연주회를 통해서건, 음반을 통해서건 음악을 듣다보면 연주자들의 완벽에 가까운 테크닉에 감탄하곤 한다. 그들의 연주는 청중들의 심장을 마구 요동치게 만들고, 끓어오르는 피는 머리 끝까지 치솟는다. 듣는 이들은 연주를 통해서 연주자들로부터 강력한 에너지를 전달받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나, 또는 오디오에서 CD를 꺼내는 순간에 흐뭇함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최근 머릿속과 가슴속에 진한 새겨지는 진한 감동은 그런 연주 보다는 앙상블의 오밀조밀한 연주로부터 오는 것 같다. 이 앙상블이란 둘이 될 수도, 셋이 될 수도, 그 이상이 될 수도 있을텐데 이 가운데서 내 가슴을 저미게 하는 순간은 강하게 자신의 파트를 치고 나오는 때가 아니라 그 파트를 위해 다른 파트가 자신을 과감히 음지로 내려보내는 순간이다...
난 어린시절에 관해서는 잘 기억하지 못한다. 유독 어린시절, 초등학교 이전의 기억들은 사진들만 보면서 그랬나보다..하고 추측할 뿐. 지금은 몸이 불편하시지만, 젊은 시절 음악을 무척 좋아하셨던 아버지. 그 아버지는 전문적으로 음악을 공부하시진 않았지만, 이태리 가곡을 무척 좋아하셨다. 당시 교회에서 지휘도 하시곤 했고, 종종 지인들의 결혼식이나 여러 자리에서 축가도 불러줄 만큼 아마추어로서 괜찮은 실력을 갖고 계셨던 아버지. 그 아버지가 노래를 부르셨던 기억도 내겐 하나도 남아있지 않지만, 아직까지도 남아있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담긴 테이프를 통해 멋진 목소리다! 라는 걸 알았다. 그 테이프에 담긴 노래는 바로 카로미오벤.. 그런 아버지와 달리 난 기악음악에 관심이 많았다. 두 살 위인 누나는 친구 어머니..
개인적으로 본격적인 블로깅의 시작은 작년 2010년 10월 지금의 티스토리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 이전에 D, N사의 이메일 계정이 생기면서 자동으로 블로그도 오픈되었지만, 실제적인 활동은 거의 없다가 기존에 사용하던 홈페이지를 블로그로 전환하면서 나름 지속적으로 블로그를 운영하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홈페이지를 블로그화 했다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일 것 같다. 2010년 가을... 위블과의 만남 아무튼 이렇게 시작한 블로그... 같은 해 12월 경 우연히 위드블로그(이하 '위블')를 알게 되었고, 회원가입까지 마쳤다. 사실 그때 까지만 해도 위블이 뭘 하는 곳인지 정확히 잘 몰랐고, 몇 차례 로그인 했다가 한 동안 페이지 방문도 뜸했었다. 그러다가 2011년 6월 즈음 하나의 캠페인에 선정되면서 위블이라..
[최현길이 만난 사람] 이영표 “7~8개 팀 러브콜…공부 병행 가능한 팀 가겠다” 모처럼 국내에서 머물며 휴식을 취하고 있는 이영표는 자신의 미래를 위해 공부와 운동을 병행할 수 있는 팀을 찾고 있다. 사안에 대한 논리적인 설명은 기자를 매료시킬 정도로 명확했다.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트위터@k1isonecut ■ 현역 연장 결심 이영표 올 한해 한국축구의 화두는 '박지성·이영표 공백 메우기'였다. 이들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건 그 만큼 능력이 탁월했기 때문이다. '구관이 명관'이라는데, 박지성(30)과 이영표(34)는 특별한 구관이다. 이들은 1월 아시안컵 이후 대표팀 유니폼을 벗었다. 그런데 박지성은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활약하고 있는 반면 이영표는 무적이다. 이영표는 6월..
최근 아는 분의 테너 리코더를 부탁받아 길들이고 있다. 매일마다 약 10~20 정도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데, 3~4일 정도 밖에 안 되었는데도 점차적으로 소리가 나아지고 있는 것을 느낀다. 고음, 특히 '높은 시' 까지 소리가 원활하게 났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그 음보다 높은 도까지도 점점 단단한 소리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 같다. 처음에 푸석했던 소리들이 점점 알맹이가 있는 소리로 바뀌면서 드는 생각은 무엇보다도 리코더가 기특하고 대견하다는 것이다. 목관 리코더의 경우 길을 들이는 것은 악기 스스로가 수분을 흡수하고, 뱉어내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고 볼 수 있다. 처음에 뻣뻣했던 조직들이 점점 융통성 있는 몸으로 바뀌면서 보다 더 능동적으로 호흡에 대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더불어 바싹 말라있..